한국일보

웨체스터/간호사 나리 씨의 사는 이야기: 닥터 이방인

2014-07-1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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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정치, 로맨스, 치정, 의학이 다 섞여서 산으로 가는 드라마 ‘닥터이방인’.
주인공은 정치공작에 의해 북한에 간 남한 최고의 흉부외과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5가지 감각 (문진, 시진, 촉진, 타진, 청진)을 이용해서 검사 없이 환자를 치료하는 훈련을 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남한으로 넘어온 주인공은 마술처럼 5가지 감각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해 수술을 해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명문의대 출신인 남한 의사들은 불신하면서 검사를 통해서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항상 막아선다. 검사결과가 있어야만 진단 내리는 남한의사와 오감으로 환자를 파악하는 북한의사 사이에서 진짜 의사의 모습에 대한 질문이 생겼다.

몇 년 전 병원이 전산화 되면서 환자오더 시스템이 자동화되기 시작했다. 환자 입원 시에는 입원오더를 누르면 자동으로 필요한 오더들이 나오고, 환자가 가슴통증을 호소했다 하면 그에 관련된 오더들이 스크린에 떴다. 입원을 담당하는 의사의 일 중 하나는 환자가 가슴통증을 호소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오더를 클릭하면 되는 거였다. 어느 날 정전으로 컴퓨터가 다운되자 임시로 차트에 옛날같이 오더를 일일이 적어야 했었다. 그러자 거의 모든 인턴과 레지던트들이 패닉이 되었다.

차트에 손으로 오더를 적는 법 자체를 보지 못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난리가 났다. 오더를 적고 그 부분을 접거나 그 오더를 간호사에게 주면 되는 건데 그냥 오더 적고 슬그머니 차트 내려놓고 사라지고, 차트를 들고 이럴 순 없다고 그냥 분개하는 인턴도 있었다. 엑스레이가 없는데 무슨 진단을 할 수 있냐고 푸념하기도 했다. 엑스레이 오더하고, 환자 엑스레이 찍은 뒤에 직접 가서 결과를 보면 되는데 컴퓨터에 결과를 못 올려서 자기가 내려가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을 ‘unbelievable’ 이라고 했다.


조용히 말을 했다. 그 옛날엔 인턴들은 엑스레이 필름을 들고 지하에서 병동까지 뛰고, 환자 차트에 오더 하나하나 약도 일일이 적었다고. 정전은 복귀되었고 의사들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환자를 보기 시작했다. 닥터 이방인을 보면서, 촉진으로 가슴에 피가 차서 움직임이 다름을 느끼고, 청진기 하나로 숨소리의 미세한 차이를 알아내는 의사가 그리워졌다. 피검사 결과와 엑스레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의사를 못 만나는 지금보다 그 옛날 청진기와 손으로 진단을 하던 그 모습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너무 많은 걸 컴퓨터에 의존하면 언젠가 바보가 된다. 검사의 결과가 환자 진단에 중요하지만 때로는, 환자 몸에서 나오는 언어를 봐야한다. 환자 뿐 아니라 가족도 사랑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선물이나 나에게 보내는 카톡 메시지 말고 그 사람의 눈과 가슴에서 진심을 읽어야 한다. 지표와 국민소득으로 대한민국을 판단하기보다 국민의 눈물과 고통에서도 진단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말하면 고리타분할 수 있지만, 인간에 대한 문제는 디지털에게 만 의존하고 싶지 않다. 검사 없이 오감으로 환자의 아픔을 느끼는 아날로그적인 닥터 이방인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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