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맨하탄 허상 쫓는 한인 유학생들

2014-07-1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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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려 무리한 렌트

▶ 결국 감당 못하고 쫓겨나...한국 도피

맨하탄 이스트빌리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인 유학생 조모(29)씨는 최근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다. 집 앞에 붙어 있는 법원의 ‘세입자 퇴거명령서’를 볼 때마다 심장이 타들어만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뉴욕에 왔으니 맨하탄에서 한번 살아보자’며 뉴저지 외곽의 반 지하 생활을 정리하고 맨하탄으로 이사 왔지만, 값비싼 렌트를 감당하지 못해 1년 만에 밀린 렌트만 1만4,000여 달러에 달해 집주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조씨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부잣집 친구들이 맨하탄에서 여유롭고 화려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맨하탄 생활을 꿈꿨다"며 "하지만 밀린 렌트를 내기위해 밤새도록 일만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 학교를 휴학하고 이제 그만 한국에 들어가려 한다. 다시 미국에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맨하탄에 거주하는 한인 유학생들이 최근 렌트를 감당못해 쫓겨나거나 한국으로 도피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유학생활의 편차가 발생하다보니 일부 유학생들 경우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화려한 맨하탄 생활을 쫓다가 자신의 꿈까지 모두 잃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


이들 유학생은 월 3,000달러가 넘는 맨하탄 원 베드룸 렌트 아파트 등에 거주면서 화려함 속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인 유학생들이 많이 찾은 부동산 웹사이트에 월 수천달러의 고급 콘도 렌트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인 유학생 이모(26)씨는 "’지금이 아니면 내 평생 언제 맨하탄에 살아보냐’는 생각에 무리를 해서 렌트를 구했지만 결국 이를 감당할 수 없어 다시 방을 내놨다"며 "잠시동안 친구들이 우러러 보는 시선이 좋았지만 결국 내 꿈과 정신을 모두 갉아먹어 버렸다"고 말했다. 이들이 맨하탄을 고집하는 이유는 ‘맨하탄에 거주해야만 성공한 사람’이라는 한인사회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병석 정신과 전문의는 "의학적으로 자기 자신을 과장하고 내세우려는 ‘팽창성 성격’(expansion personality)이라 부르는 데, 이들은 ‘맨하탄=성공’이라는 공식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현재 상황에 상관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며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심한 우울증이나 자살기도에 빠지기도 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조진우 기자> 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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