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린 병사의 무

2014-07-1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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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두현 의사/포토맥, MD

밭둑 넘어 산 비탈에 있던 자그마한 무덤 하나
철쭉이 비탈을 발갛게 물들이고
여름 지나 잎이 져도 찾는 이 없는
눈이라도 내리면 흔적 조차 없던 작은 무덤
세월에 깎이고 헐벗어 온통 황토색이 된 무덤

부상 당한 몸 이끌고 산골 동네로 찾아 들어온
후퇴하던 어린 인민군병사
이름도 고향도 어디인조차 모르는
열여섯살이나 되었을까
둥구나무 밑에 쓰러저 앳띤 눈으로 먼 산만 바라 보다가
서산에 해질녘 눈을 감았다
피로 물든 색바랜 군복엔 진한 땀냄새만 무거웠다
물건너 숲속 쑥국새 그날 따라 유난히 슬피 울었다

바람이 차거운 이른 봄마다
무덤가에 슬픈 얼굴로 찾아오던 할미꽃 한송이
기다림에 지쳐 이승을 하직한 어머니의 애달픈 혼이던가

60년도 더 흘쩍 흘러간 세월
마음 한 구석에 아직도 자리 잡고 있는
주인 없는 작은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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