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죽은 후에도 버려질까 두려워”

2014-07-1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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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추적/ 죽음 앞둔 ‘한인 노인들’

뉴욕시 무연고자 공동묘지 안치 한인 2년간 10명
독거노인들 찾아내 한인사회 차원서 관리해야

퀸즈의 모 노인 요양시설에 머물고 있는 한인 A모(82) 할아버지는 혼자다. 가족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엔 한국에 있다고만 할뿐 어떤 이유로 떨어져 사는지, 왜 연락이 안 되는지 도통 입을 열지 않는다.

그런 고집스러움 속에서도 A 할아버지는 앞으로 찾아올 쓸쓸한 죽음이 두렵다는 사실은 감추지 않았다. 장례는 누가 치러줄지, 어디에 묻힐지, 그런 생각만 하면 갑갑하다고 했다.


브루클린의 한 초라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B 할아버지(74) 역시 독거노인이다. 20년 전 부모가 사망한 이후 나라에서 나오는 보조금에 의지해 홀로 살아가고 있다. 결혼은 한 번도 안 했고, 형제자매와는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

몸속 뼈가 폐를 비롯한 신체 기관을 누르는 선천적 장애를 안고 있는 B 할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응급실에 실려 가는 횟수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자연스레 B 할아버지도 A 할아버지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홀로 죽음을 맞는 것도 두렵지만, 그 이후가 더 두려워요. 어딘가에 버려질 것만 같아요.” 이들 노인들의 두려움이 현실화되어 실제로 가족 없이 쓸쓸한 죽음을 맞는 한인이 지난 2년간 뉴욕시에만 1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뉴욕시 무연고자 묘지가 위치한 브롱스의 ‘하트 아일랜드(Hart Island)’ 시신 보관 자료를 한인 추정 성씨로 분류한 결과 2012~2013년 사이 이곳에 묻힌 한인은 모두 10명으로 집계됐다. <표 참조>

이들 모두 사망한 뒤 시신을 거둬줄 가족 친지가 없어 뉴욕시 무연고자 공동묘지로 옮겨진 케이스로, 한인사회가 이들의 외로운 죽음에 한 번쯤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년간 무연고자로 분류된 한인 시신은 사망 당시 나이가 60대와 70대와 80대 이상인 노인이 각각 2명씩 총 6명. 대부분 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3월과 10월 김순미(77) 할머니와 군 정(68) 할아버지가 각각 맨하탄 병원과 자택에서 사망했고, 11월엔 성 이(82) 할아버지와 신 추(71) 할아버지가 각각 플러싱의 한 요양원과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가족들이 간단한 확인절차를 거쳐 이들 노인의 시신을 인계받을 수 있지만, 임종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찾아오는 사람은 없는 상태다. 말 그대로 버려진 채 방치된 것이다.

노인복지 문제 전문가인 뉴욕한인봉사센터(KCS) 김광석 회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홀로 살고 있는 노인들을 우리 한인사회가 찾아내 돌아가시기 전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이들 노인들을 찾아내면 KCS 등 봉사단체가 이 분들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해 최소한 ‘버려진다’는 두려움은 떨치게 해 드릴 수 있다”며 “당장은 이분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독거노인들이 KCS와 같은 한인 봉사단체나 종교단체 등의 관리를 받을 경우 사망한 후에도 인도적 차원의 장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연고자 공동묘지가 위치한 브롱스의 하트 아일랜드는 1800년대 중반까지 포로수용소 등이 있던 섬으로 1869년 뉴욕시가 매입하면서 이후 교도소와 무연고 시신 매립지로 활용돼 왔다.

매년 약 800명의 성인 시신과 소아병동에서 이송된 500명의 신생아 시신이 이곳에 안장되며 현재 100만 구에 가까운 시신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2013년 사이 이곳에 묻혀있는 한인 시신은 96명으로 추정된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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