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왠지 어수선한 고국

2014-07-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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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생각

▶ 고영주 수필가

딱 10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 볼수록 고국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지방 자치제의 덕분인지 전 국토의 관광지화, 전 국토의 토속음식 산업화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가는 곳마다 친절한 안내원의 청산유수와 같은 언변도 좋고 무엇보다도 화장실이 깨끗해서 좋았다. 한 마디로 볼거리, 먹을거리, 놀 거리가 풍성했다.

고층 빌딩 주변의 음식점에는 회사원들이 왁자지껄하고 거리마다 명품으로 장식한 여성들이 패션을 자랑하듯 활보했다.

미국인은 한국인을 통해 미래를 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터넷(82.7%)과 스마트폰(80%) 사용률 때문이다. 또한, 전체 인구의 98%가 중등교육을 받고 63%나 되는 높은 대학 교육 열기에 놀란다.


그뿐인가. 한글의 위력,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용카드 사용률, 의료 투어를 이끌어낸 성형 수술 왕국, 치솟는 한류 문화, 선풍적인 인기 드라마 수출 대국, 혜성처럼 떠오르는 PGA 골프 낭자들, 나라의 크기는 109번째인 한국이 경제 대국 10위 안에 들어간 기적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인의 첫인상은 무표정이다. 뒤 따라 오는 사람을 위해 흔들 문을 잡아 주면 줄줄이 지나간다. 처음 대하는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견적부터 뽑는다.

“차 빼!” 허름한 차는 호텔 정문에서 박대 받고 통과다. 예식 참석은 뒷전이고 축의금만 내면 바로 뷔페 라인에 선다. 나 먼저, 돈 먼저, 먹고 노는 것이 먼저라는 선입견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한국의 당면 문제는 여야 대립, 진보와 보수의 갈등보다 더 큰 것이 빈부의 차이다. 빈부의 차이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그러나 빈부의 차이가 인권의 차이와 동일시되는 일반 대중의 관행과 인식에서 오는 그 심각성이 문제다.

그리고 광화문, 청계천 인근에서 젊은이들이 머리띠 매고 허리띠를 두르고 있다. “물러가라!” 언론의 자유가 많은 건지, 고국에 대한 환상을 깨는 막말이다. ‘가라’ 보다는 ‘하라’, 그보다는 어떻게 ‘할까’를 묻는 성숙한 모습이 아쉽다.

언론과 TV에서는 여야가 화합해도 부족할 판국에 국정을 질타하는 막말 공방이 수위를 넘고 있다. 한국인은 언론 스트레스, 언어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 불안한 것은 호시탐탐 침략의 기회만 노리는 북한에 대한 불감증이다. 왠지 고국이 어수선하다.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가슴이 멍했다.

눈만 경탄하게 하지 말고 가슴을 감탄하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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