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이는 가시, 보이지 않는 가시

2014-07-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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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주디 이 / 약사

잔디나 들에서 어쩌다가 엉겅퀴를 보면 옆의 고운 잔디가 상할까 봐 빨리 뽑아야 하는데 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산책하던 공원 등성이에 붉은 보랏빛 꽃을 피운 엉겅퀴를 보았다. 엉겅퀴도 꽃이 있다니! 신기한 발견이었다.

가시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보란 듯 내민 꽃송이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그동안 가졌던 엉겅퀴에 대한 나의 편견은 어디에서 왔을까? 갑자기 부끄럽고 미안해졌다.

인간의 불순종으로 땅이 저주를 받아 엉겅퀴를 내었다 해도, 땅은 그를 내치지 않고 끌어안았다. 하늘은 공평히 비를 주시고 햇빛을 주시어 마침내 이웃과 어울려 꽃을 피웠다. 그동안 보기 좋은 것과 싫은 것을 내 마음대로 분류하며 살아왔다는 자책감이 왔다.


엉겅퀴는 보이는 가시로 말미암아 죄지은 듯 머쓱히 서 있으나, 보이지 않는 가시를 무수히 가지고도 떳떳할 수 있었던 나는 무엇인가? 부족해도 감싸주는 만큼, 믿어주는 만큼 자라고 변할 수 있다.

편견의 눈은 좀처럼 지우기 어렵다. 강한 것이 있으면 약한 것이 있고, 거친 것이 있으면 고운 것도 있다. 미운 것이 있으면 아름다운 것도 있는 법, 이 모두가 함께 사는 것이 평화가 아닐까.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는다고 한다. 이웃과 자연을 편견 없이 사랑할 수 있을 때 나도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며 마음의 평화도 있으리라. 산책하는 공원에는 새, 다람쥐, 토끼 등 많은 예쁘고 귀여운 것들이 있다. 뱀이 머리를 내밀기도 하고, 스컹크가 꼬리를 흔들며 지나가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이들 중 싫은 것도 있고 좋은 것도 있으나, 이들은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고 있다. 하늘의 순리를 따르는 저들은 나보다 지혜롭다. 어제는 들에 다시 나아가 엉겅퀴 꽃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편견을 없애겠다는 새로운 다짐의 증거이다. 사진을 보니 어느새 나의 눈에 사납던 가시는 보이지 않고 예쁜 꽃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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