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하루
2014-07-07 (월) 12:00:00
이른 아침에 눈을 뜨고 아내가 깨지 않게 살며시 일어나 창문을 통해서 정원에 깔린 잔디와 곱고 붉게 그리고 탐스럽게 피어난 장미꽃을 보면서 위를 쳐다보았다.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것이 한바탕 빗줄기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태세로 있는 것을 보고 좀 걱정이 되었다. 잠들기 전에 ‘내일은 비가 온다’라는 알림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비는 오지 않았다.
집에서 차 편으로 거의 10분 거리에 위치한 Patapsco Valley State Park은 경관이 수려하며, 울창한 숲에서 울려 퍼지는 새들의 맑고 아름다운 소리와 나무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수한 냄새를 맛볼 수 있는 멋진 장소이다. 그런데 여기 공원 분위기에 걸맞게 지어진 미국식 정자가 있다. 왠지 친근감을 주는 이곳은 거의 150명쯤 앉아서 식사와 쉬어 갈 수 있게 지어진 참 좋은 정자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메릴랜드한인회와 하워드한인회가 공동으로 후원하고 하워드카운티한인노인회가 주최하는 Picnic 즉 야유회를 오전 11시부터 시작하기로 되어 있다.
정자 안의 좌석은 틈새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들어찼다. 한편에서는 피크닉을 주관하는 측의 임원들이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와서 음식을 요리할 수 있는 장소에서 점심을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옆에서 풍겨 나오는 바비큐 및 맛있는 음식 냄새에 나는 절로 배고픔을 느낄 수가 있었다.
며칠 전 어떤 분이 말씀하시기를 “미국에 이민 온 한인들은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열심히 일한 결과 많은 성공을 이루어 낸 것 같습니다.” 라는 말을 듣고 그분 말씀에 마음 속으로 은근히 수긍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피크닉에 참석한 이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거의 1세대 이민자들로 제2의 고향으로 터전을 만들기 위해서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새로이 세운 목표를 향하여 온갖 고난과 인종 차별의 서러움을 극복하고 주어진 일에만 몰두해 왔다. 그래서 이들은 떳떳하게 살아온, 아니 살아가고 있는 이민 1세대의 산 증인이 아닌가 싶어 이들이 자랑스럽다. 다음 세대인 2세들에게도 이들이 태어난 조국의 진정한 혼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긍지 그리고 자존감과 함께 미래 지향적인 지침을 가르쳐 주는 옛 훈장 같은 소중한 분들이다. 이들 중에는 스스로 한인 노인의 건강과 보다 즐거움을 제공 하기 위하여 솔선수범 하는 분들의 노고에서 맑은 내일을 엿 볼 수가 있었다.
촌음을 아끼지 않고 새로이 개척한 터전을 일구어 낸 이들은 60부터 90대에 이르고 있다. 그 동안 남 모르게 쌓여온 정신적 부담과 두 어깨에 놓인 무거운 짐을 다 내려 놓고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기 위하여 여기에 오신 분들이 아닌가 싶다. 참석한 남녀 모두 함께 서로 마주 앉아서 부폐식으로 차려진 식탁에 다양한 음식을 맛 있게 먹으면서 왁자지껄 웃으면서 떠들고 대화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동심의 세계로 돌아 간 모습이라 그지 없이 아름답게 보였다.
점심 후 놀이의 꽃이라 불리는 빙고게임 때는 남녀 모두가 즐겁게 웃으면서 재미있게 게임을 했다. 빙고가 나오면 작고 부담 없는 선물을 한 개씩 주었는데 받을 때 서로 격려하면서 박수를 쳐 주는 모습에서 끈끈한 정과 인간미가 파도가 되어 정자 안을 휩쓸고 있었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 속에서 나오는 명랑한 웃음, 늙어져 가는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 그리고 젊음을 불어 넣어준 피크닉이라서 그런지 아주 소중하고 뜻 깊은 즐거웠던 하루가 아닌가 싶다. 나 또한 이들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내니, 내게도 새롭게 젊음이 다시 찾아오는 것 같아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