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선의 야생화

2014-06-2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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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주

155마일
녹 쓴 철조망 60여년 남북을 옥죄고
채 피지 못한 전사들 영혼
휴전선 야생화로 지천에 피었다

포연의 백병전 피아가 없던
금화, 철원, 평강 철의 삼각지대에서
도솔산, 펀치볼에서
산까치 뻐꾹새 우는 산야
이름 모를 비목에
이슬 먹은 나팔꽃 나팔 부는데
너는 아직 깰 줄 모르누나

너와
함께 700고지 공격할 때
일당백으로 사기충천했는데
“소대장님!!” 비명에 뒤돌아 보니
하얀 설악(雪岳)에 빨간 선혈
식어가는 네 처진 몸 위를 흐르고
늘어지는 신음 소리 껴안고
어금니 깨물며
적진을 응시하던
내 눈에서도 피가 흘렀다


지금은
전선이 사라진 고지
인적 그친 산야에
아무도 찾는 이 없이
밤이슬 자장가로
찬 서리 이불삼아
그저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젊음을 바쳤노라고
원망도 미련도 없이 핀 야생화

네 영혼 깨어나 축배를 드는 날
평화는 약속으로 다가 오리
남북이 하나 되는 통일의 그 날
우리 모두 전선의 야생화로 피어나
영원한 축복의 잔 높이 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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