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학살…무더기 무덤

2014-06-21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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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두현 의사/포토맥, MD

모든 것 정지 되어버린 싸늘한 공간
느닷없이 총소리만
좁은 골짝을 빠져나가 멀리 들렸을 뿐
평화롭던 동네 불탄 초가지붕들이 더욱 공포에 떨었다

까마귀들이 살을 뜯고 풍장이 다 쓸고 간
피비린내 나는, 살점 썩는
어두운 골짝의 세월
공포
아우성
총알에 뚫린 피범벅의 심장
살점
다 쓸어 갔지만
마구 널브러진 해골들의 엄숙한 시선만이
하늘 아래 남아 부릅뜨고 있다

피로 물든 우리들의 역사를 다시 쓰라고
이 나라의 진실과 정의는 식민지의 구역질나는
쓰레기더미 밑에 숨겼냐고
오늘도 무더기 무덤 속에서 총탄에 구멍 뚫린
혼령들의 분노의 함성 소리 들린다
그러나 산 자들의 영혼은 말을 잃었다


육중하게 무더기 무덤 앞에 서 있는 위령탑이
이슬 같은 식은땀을 흘리며
파르르 파르르 경련하며 흔들리고 있다

역사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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