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뻥’은 이제 그만

2014-06-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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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광수 / LA

“뻥도 치고 큰소리를 쳤어야 했는데 쩨쩨한 것만 공약을 해서 졌습니다.”

얼마 전 어느 시 시장 경선에 나섰다가 낙선한 후보의 선거참모가 한 말이다. 좀 점잖게 표현하면 지키지 못할 공약이라도 일단 내세워 당선된 뒤 적당히 얼버무리면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한국의 중진 정치인이다.

한때 학력 위조가 한국을 달군 적이 있다. 학력 ‘뻥’이다. 미술계에서 잘 나가던 여성이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떠들썩했고, 국회청문회에서 학력 위조가 들통 나서 낙마한 인물도 있었다. 어느 유명인은 스스로 자신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고백하여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요즘도 그렇지만 남의 것을 표절하는 일도 그치지 않는다. 학자가 남의 것을 표절하고 스승이 제자의 것을 베낀다. 방송연예계 인사가 표절사건으로 눈물을 보이는가 하면 공직에 있는 자들도 남의 것을 베껴서 자기 것인 양 내놓는다. 심지어 유명 목사가 박사학위 논문이 문제가 되어 스스로 6개월 근신 기간을 갖기도 했다.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행세하면 그만이라는 행태이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라면 어떠했을까? 그런 인사는 그 분야에서 축출이다. 한국에서처럼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얼굴을 내밀며 죄송하다란 말로 얼버무려지지 않는다.

비록 낙선했어도 성실히 원칙에 따라 선거에 임했다면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뻥이나 쳐서 국민을 우롱하는 인사는 이제 축출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같은 사건은, 진실치 못한 그런 뻥치는 사람들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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