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가 가시던 날

2014-06-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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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자 / 수필가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완전히 코마 상태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장례 준비를 해야하나 양로원을 알아봐야하나? 사실 확률은 거의 없었다. 가망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양로원을 찾았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의 상태로는 장례 쪽으로 기울어졌다.

MRI 검사 결과가 나왔다. 희망이 없었다. 생명을 연장하고 싶다면 두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코를 통해 호스를 끼워 생명을 연장시키면 일주일, 가슴을 통해 호스를 끼워 넣으면 3주 내지 한달이라고 했다. 설명을 듣는 순간 “노!” 라는 대답이 나왔다. 쓸데없이 고통만 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얼굴을 지켜보았다. 엄마와 같이 했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엄마는 내가 옆에 있을 때 행복해 하셨다. 엄마는 “집에 가지마” 하시며 매일밤 애기 같이 부탁을 하셨다. “응, 안 갈게” 말한 후 옆에서 새우잠을 청하면 그제야 엄마는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직장 출근 때면 깊이 잠든 엄마를 깨우지 않으려고 숨죽여 문을 나가야 했다.

추억에 잠겨 있는데 엄마의 얼굴색이 변해갔다. 꼭 잡고 있던 손의 힘이 스르르 빠졌다. 엄마가 떠나셨다. 엄마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엄마! 편히 쉬어! 이제는 아픈 곳도 고통도 없을 거야! 하나님 곁에 편안하게 있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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