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신을 가르치는 사회

2014-06-02 (월)
크게 작게

▶ 윤광현 / 엔지니어

미래에 한국을 이끌어 나갈 젊은이들에게 우리 기성세대는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세월호 참사는 규칙이나 법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법은 법이고 어떻게든 요령 있게 편법으로 잘 피해나가는 것이 세상사는 지혜이며, 법을 순진하게 지키는 사람은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라고 비아냥거림을 듣는 사회가 되었다.

미국 등 선진국이 공공질서 및 법을 잘 지키는 것을 본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미국은 법을 어기면 거의 예외 없이 가혹한 제재가 따른다. 혹시나 편법으로 넘어가려고 하면 더 큰 제재가 기다리기 때문에, 즉 법을 안 지키면 각 개인에게 더 큰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믿음이 가는 사회다.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법을 안 지키면 손해를 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반대다. 주무 관청의 묵인 속에 불법으로 개축하고 초과적재하고 안전규정 안 지키고 자격 없는 선원으로 운행하면 더 큰 이익이 된다. 아마 선장과 회사는 “다 그러는데 왜 나만 갖고 그래”라며 억울해 할 것이다.


이제부터 미래세대에 무엇이 옳은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법은 지켜야 되고 위반하면 가혹한 처벌이 반드시 따른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렇게 일할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하고 그 지도자가 잘하는 지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 지도자가 법을 잘 지키도록 해야 한다.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지도자를 제대로 뽑지도 못하고 감시도 못한 국민들 책임이다. 남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국민들은 ‘내 탓이요’ 라며 반성해야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