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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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학보다 적합한 대학 선택해야”

2014-05-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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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방문 포스텍 전총장 백성기 교수

▶ 2세들 학업 스트레스 전공선택에 원인

지난해 하버드대학에 다니던 한인학생이 학교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허위신고를 했다가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 시험을 피하려 저질렀다는 이 학생의 말에 한인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기말고사를 망친 한인 대학생이 시카고공항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가 이후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미국내 한인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은 2세들을 미 주류사회 곳곳에 포진시키는 열매를 맺었지만 동시에 자녀들이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부작용은 피하지 못했다.

백성기 전 포스텍(포항공대) 총장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자기에게 맞지 않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한 것에 주요 원인이 있다”며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은 욕심을 버리고, 명예나 돈이 아닌 자기가 즐길 수 있는 전공을 택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뉴욕을 방문 중인 백 전 총장과 23일 ‘올바른 교육’을 주제로 본보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교육전문가가 바라보는 교육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누구에게나 한 가지씩 재능이 있다. 재능을 잘 찾아 전문적으로 발전시켜 세상에 기여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게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가 교육의 근본목적에 부합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보나. 미국의 교육은 어떤가.
▶교육의 첫 걸음은 사실상 K~12(유치원부터 12학년)에 이뤄진다. 이 시기에 학생들은 자기에게 부여된 잠재된 끼와 재능을 발견할 수 있고, 또 주변에서도 가정교육이나 사회교육, 학교 교육을 통해 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흐름은 대학전공으로까지 이어져 사회에 필요한 사람을 길러낸다. 미국은 이런 교육 환경이 잘 마련돼 있다.

-그래도 모두가 성공을 열망하는 사회에서 재능만으로 전공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는 당장의 성공보다는 나만의 끼와 능력을 찾아 이를 개발한 사람이 결국은 이기게 된다는 확신과 신념에 의해 결정된다.

-부모들이 이해하긴 어려울 것 같다. 과연 부모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부모의 역할은 참 힘들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 가길 바라는 것보단 적합한 전공을 찾아 갈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부모도 욕심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부모의 용기도 중요하다.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25년간 노벨상 수상자의 학부 졸업 학교가 아이비리그가 아닌 미 전역에 퍼져 있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좋은 대학보단 적합한 대학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대학생활이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 선택은 많은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가 실패를 통해 잠재력을 찾아내고 성장을 하기 때문이다. 실패도 소중한 경험이라는 걸 깨닫고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들 역시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자녀들에게 부모가 돼 줘야 한다.

-부모가 돼 주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
▶우리 정서상 부모들은 자녀들이 성공했을 때만 부모가 되려고 한다. 성공뿐 아니라 자녀가 실패했을 때도 부모가 되어 달라는 것이다. 실패할 때마다 부모가 든든하게 옆에 있으면 아이들은 과감한 선택을 하게 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자녀가 버려진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라. <함지하 기자>


■백성기 전 총장은…
1949년 수원에서 태어난 백 전 총장은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코넬대를 거쳐 1986년 포스텍의 개교와 함께 이 대학 재료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부총장, 포항가속기연구소 소장을 거쳐 2007~2011년 5대 총장으로 일했다. 이후 포스텍이 수년간 세계 신흥명문대 1위에 오르는데 큰 기여를 했다. 대통령직속 기관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분야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교육부 산하 한국대학구조개혁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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