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남편들에게

2014-05-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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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앨런 김 / 풀러튼

오늘은 금요일 저녁. 그녀와 인터넷으로 찾아낸 일식집에서 해피아워 스페셜인 굴과 사케를 즐기면서 나중에 집에 가서 와인마시고 좋은 영화 하나 보자며 행복해한다. 결혼 20년차인 우린 부부 동반 모임도 아니고 가족외식도 아닌 둘만의 데이트를 자주 갖는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같이 산세월도 있고 해서 동지의식으로 산다는 친구들 사이에 우리는 본의 아니게 ‘변태부부’ 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손만 잡고 걸어도, 서로 다정하게 얼굴만 쳐다봐도 주위에서는 우리가 이상하다는 눈길을 준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껴야 할 두 사람의 관계가 썰렁하거나 밋밋해야 정상으로 보여지는 이 시대 한인부부들의 의식은 참으로 슬프다.

한인가정 중엔 문제 있는 부부도 많고 또 문제가 별로 없어 보이는 부부도 많다. 하지만 서로 사랑을 하는 부부는 아주 드문 듯하다. 그저 마지못해 자식 때문에 남의 눈 의식하며 하루하루 인내와 고뇌의 연속으로 도를 닦으며 살아간다.


특별한 날이나 돼야 “그래도 난 당신밖에 없다”는 얘기를 마지못해 하면서 오글거린다는 표현을 빼놓지 않는 우리는 왜 결혼이란 걸 하고 사는 걸까. 이 모든 게 누구의 잘못일까? 간단히 얘기해서 남자들의 잘못이다.

남자는 결혼식 날 신부를 영원히 사랑하고 아낄 것을 우렁차게 다짐한다. 신부는 그에 대해 당신을 따르고 존경하겠다는 걸로 수줍은 듯 응답한다. 그러나 결혼 생활 이 년도 되기 전에 그 다짐은 거짓말이 되어버린다.

불행한 여인은 절대로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없다. 그러나 행복한 여인은 꼭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 그 행복의 시작은 내가 한때 죽도록 사랑했던 그녀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부드러운 손길, 그리고 남편이 직접 만든 주말 아침식사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나이가 들고 억센 듯한 여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꿈 많고 수줍은 신부가 보인다. 긴 시간의 무관심과 세뇌교육 탓에 좀처럼 사랑표현을 못하는 그녀를 가끔은 데리고 나와 손을 잡고 맛있는 외식을 하며 달콤한 얘기와 사랑을 주면 그녀는 당신이 꿈꾸는 행복한 가정을 꼭 선사할 것이다. 여자는 절대 먼저 배신 안 한다.

오늘 혹시 부인의 옆을 지나갈 때가 있다면 그녀의 가장 예쁜 부분을 살짝 꼬집어주라. 그리고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그녀에게 윙크 한번 날려보자. 당신 행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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