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프로 정신’

2014-05-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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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종석 / 방사선과 전문의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얼마나 더 계속될지 모르겠다. 그런 가운데서도 많은 사람들이 선장의 무책임함을 비판한다. 선장이란 자리에 있던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는가라는 질타가 이어진다.

서울에 계신 큰 누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얼마 전 부터 허리가 아파서 서울에서 그중 크고, 척추만 전문으로 한다고 하는 병원에 가서 MRI를 찍었는데, 의사분이 빨리 수술을 하라고 한다며 걱정스런 목소리다.

그래도 동생이 미국에서 의사이니 동생과 의논하고 싶다고 CD를 만들어 보내오셨다. 허리 요추의 MRI 사진인데 사진을 보면서 나는 너무나 기가 막혔다. 요추의 뼈들도, 디스크도 아주 정상적이었다. 단지 그중 수술을 하자는 요추 3번과 4번 사이의 디스크가 조금 뒤로 삐져나온 것 외에 칠순이 다 된 누님의 요추는 마치 40~50대처럼 건강하다.


그런데 이런 소견을 가지고 수술을 하자고 하더란다. 그러면서 칼로 째는 수술이 아니고, 압력 시술로 가해서 간단하게 치유를 할 수 있는데 새로 들어온 기계라 보험에서 커버가 안 되니까 현찰로 500 만원을 내라고 하더란다. 기가 막힌 일이다.

누님에게 설명을 하면서도 같은 의사의 입장에서 내 마음도 편치가 않다. 그 의사분이 결코 돌팔이는 아니리라. 그저 돈을 더 벌기위해, 돈 때문에 내 누이에게 수술을 강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철저한 직업정신, 즉 프로정신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윤리의식이고 책임감이다. 그런데도 돈 만을 추구하는 세태 앞에서 이것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어떻게 선장이 그럴 수 있는가 질타하면서도 한편으로 나는 과연 프로의 정신으로 내 직업에 열심을 다하고 있는가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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