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리운 어머니

2014-05-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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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박혜자 / 수필가

이 나이에도 어머니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슴이 찡해 온다. 나의 어머니는 내가 10살 되는 해에 돌아 가셨기 때문에 너무나 아쉬움이 많고 왜 그리도 일찍 서둘러 가셨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6.25전쟁이 나면서 우리는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산등성이에 있는 조그마하고 아담한 집을 사셨는데 어머니가 그 집을 무척 좋아하신 이유는 어머니가 자란 고향, 이북 강동이란 곳과 너무나 흡사한 기분이 들어서라고 하셨다. 그러나 얼마 후 부터 어쩐 일인지, 점점 어머니의 병환이 더욱 나빠지셨다.

구름한 점 없이 맑고 아름다운 어느 봄날 이었다. 아버지와 큰오빠는 어머니를 위해 앞마당을 정원으로 꾸며서 어머니가 가끔이라도 밖을 내다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며 화원에 가서 진분홍색 겹벚꽃을 사다 심고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머니 방에 들어가셨던 할머니가 “애비야! 들어와 봐”라고 소리를 지르셨다. 막 뛰어 들어가 보니 어머니는 벌써 숨을 거둔 후였다. 아무도 어머니 떠나시는 길을 지켜드리지 못했다. 어느 봄날 어머니는 그렇게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이승을 떠나시는 어머니 곁을 지키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있다. 며칠 후 산등성이를 걸어 올라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어머니를 모셨다. 그 후 나는 학교에서 오면 정신없이 산언덕으로 뛰어 올라가, 어머니 산소 옆에 앉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멀리 뵈는 바다를 바라보며 혼자 울곤 했다. 매년 5월 어머니날이 돌아오면 너무나 일찍 세상과 작별하신 어머니가 떠오르며 가슴에 어머니의 사랑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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