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CC ‘세월호 희생자 추모 보드’설치 강하라 씨
라과디아 커뮤니티 칼리지 캠퍼스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메시지 보드 설치를 주도한 강하라(왼쪽)씨와 빅토리아 버들러멘티 영어교육센터장.
"세월호 참사로 비통에 빠진 희생자 가족과 한국민을 위해 작은 위안이라도 전하고 싶었다"는 강하라(31)씨.
7일 퀸즈 롱아일랜드 시티 라과디아 커뮤니티 칼리지(LGCC)의 교내 카페테리아. 이곳에서 강씨는 입구에 커다란 메시지 보드를 설치하고 교우들로부터 세월호 관련 추모 메시지를 받고 있었다. 앞서 5일부터 설치해 놓은 메시지 보드에는 이미 수많은 학생들이 남긴 각국 언어의 메시지가 빼곡히 차 있었다.
"처음엔 한국이라는 만리타국의 일에 이곳 사람들이 관심이나 둘까?" 생각했었다는 강씨는 "하지만 다들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며 다가와 위로의 말과 함께 손을 꼭 쥐어주고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전하는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를 한국의 희생자 가족 및 단원고 학생에게 우편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씨가 세월호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한국으로부터 걸려온 부모의 떨리는 전화 목소리를 통해서다. 강씨는 "당시 세월호에는 아버지의 오랜 친구 부부가 탑승해 있었는데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뉴스를 지켜보며 무책임한 어른들의 실수로 수많은 학생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강씨는 그날로 뉴욕 일원의 한인 관련 포털사이트와 단체 등에 세월호 관련 추모에 관해 문의했으나 오히려 미적지근한 반응에 실망만 컸다고.
강씨는 "어느 날 수업 도중 한 교수가 다가와 세월호 소식을 얘기하며 진심으로 위로해주더라"며 "그 교수의 제안으로 교내에 추모 메시지 보드를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레베카 보한이라는 이름의 이 교수는 다른 수업 강의 도중 한 한인학생으로부터 ‘자신의 친구가 단원고 교사인데 사고가 난 배에 탑승했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함께 눈물을 흘려줬다고. 그 길로 강씨는 교내 관계자를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고 학교 당국도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강씨는 학우들과 이틀 밤을 새며 교내 곳곳에 메시지 보드를 설치했다.
강씨는 "세월호를 생각하면 아직도 흐르는 눈물을 감출 길이 없다"며 "부디 작으나마 이곳의 격려와 위로가 진심으로 전달돼 슬픔과 절망에 빠져있는 피해자 가족과 학생들에게 실낱같은 용기와 희망이라도 전해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천지훈 기자>A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