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원칙은 나부터
2014-05-07 (수)
인간의 현명함은 두 번 같은 덫에 걸리지 않는 데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를 보면서 21년 전의 서해 페리호 사건이 떠오른다. 그때도 기본 원칙을 안 지킨 것이 원인이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돼 일어났다.
한국의 ‘괜찮아, 대충대충, 빨리빨리’ 등 원칙을 소홀히 하는 문화가 빚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세월호의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짚어 보면 원칙을 지키는 게 아니라 무시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괴롭지만 다시 한 번 세월호의 자취를 더듬어본다. 교육청에서 지시한 3개 반 단위 수학여행을 무시하고 한 학년 10개 반 모두 여행, 경험 1년의 3등 항해사 운항, 사람, 화물 초과 적재, 승선 시 승객 승무원 재난 훈련 부재, 컨테이너를 쇠줄 아닌 밧줄로 묶음, 늦었다는 이유로 물살 센 지름길 선택, 항로 변경 시 급선회, 사고 시 선장과 일부 승무원 승객 버려두고 조기 탈출, 정부의 재난 대처 능력 부실. 이 중 하나만 잘 지켰어도 인명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사회는 튼튼하게 설 수가 없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려면 경제만 갖고는 어림없는 일이다. 세월호 사고를 보는 이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돌을 던지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그 자리, 상황에 있었더라면 기본원칙을 잘 지킬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기본원칙은 나부터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