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와서 내가 느낀 건 “와! 미국이란 나라 정말 크다”였다. 우리 집 옆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가 있다. 이 맥도날드는 넓은 부지에 달랑 단층으로 지은 건물과 그 건물 크기의 2-3배 만한 주차장으로 돼 있다.
만약에 서울 주변도시에서 이 정도의 부지가 있다면 우리도 이 맥도날드처럼 달랑 단층으로 건물을 지었을까? 아마도 우리는 5-6층 이상의 상가건물을 지었을 것이고, 주차장 공간도 그냥 주차장 자리가 아닌 다른 복합 상가건물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 상상해 본다. 물론 주차장은 지하를 최대한 활용해서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니 그 맥도날드는 나에겐 그냥 정크푸드 체인점도 아니고 애들에게 치킨너깃을 먹일 수 있는 곳만은 아니었다. 난 그 건물을 보면서 다른 느낌을 받게 되었다. 왜 미국인들은 더 정신적 여유가 있어 보이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넓은 공간에서 주어지는 여유가 미국인들에게 정신적 여유를 가져다주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한테 한국은 내가 떠난 1998년의 기억으로 멈췄다. 물론 2006년에 가족방문을 해서 많이 달라진 내 나라를 봤지만 내 머릿속의 조국은 1998년 전 기억이 더 많이 자리 잡고 있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다들 목적지를 향해 항상 바쁘게 앞만 보고 걸어 다녔다. 빽빽한 건물들과 거리를 가득 채운 차, 숨 가쁜 일상.
우리들은 정신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이 넓은 미국 땅을 우리에게 조금만 떼어주면 좀 넓게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허황된 공상을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