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앞날이 걱정이다

2014-05-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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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이영묵 / 수필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총리가 사의를 표했다. 이제 참사를 정리하는 일이 진행되기 시작하는 듯하다. 그런데 내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우선 참사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선원 15명의 형벌로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아마도 고구마 줄기처럼 이 배의 안전을 무시한 불법 행위를 해오고, 이를 방조한 조직들이 드러날 것이다. 그러면 수많은 사람들이 법의 심판과 형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이번 사건으로 총리를 빼고도 상당 수 장관들이 바뀔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장관들의 국회 청문회가 기다린다. 땅 투기, 병역 면제, 불법 주소 변경, 논문 표절, 탈세, 불법 상속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국회 청문회는 파행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언론들은 떠들어 대고 온 나라는 다시 한 번 시끄러워질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구태를 반복할 것인지 답답한 마음이다.

과테말라를 여행한 적이 있다. 수도인 과테말라 시티의 버스는 흉물스럽게 진한 빨간 페인트로 칠해져 있고, 이곳을 벗어나면 곳곳에서 미국의 스쿨버스를 보게 된다. 미국 학교에서 사용 연한이 지나 폐기한 버스들을 사다가 미국 어느 학교라는 표시조차 지우지 않고 그냥 사용하고 있다. 운임은 미화 10센트이다.

참사가 난 세월호가 바로 이런 꼴이 아닌지 묻고 싶다. 7대 무역국이다, 10대 경제국이다 하며 요란하지만 현실은 이런 자부심에 걸맞지 않는 문제투성이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이번 참사를 계기로 달라져야 한다. 고통을 감내하면서 모든 것을 다시 새롭게 시작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앞날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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