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빛나는 여성들

2014-05-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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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바 오 / 사진작가

인기리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 ‘기황후’를 재미있게 보았다. 고려 여인이 원나라의 황후가 되기까지의 파란 만장한 이야기를 그렸다.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픽션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 여성의 지혜와 슬기로움이 나라의 흥망을 좌지우지하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한국 여성들은 예로부터 참으로 머리가 좋고 지혜로우며, 부지런하고 재주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옛날에는 여자들을 집안에만 있게 했으니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묻혀버린 아까운 인재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면서 여성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능력이 뛰어난 여성으로 최근 은퇴한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골프 선수 위성미 또한 미 전국 골프광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골프 실력에 더해 미모까지 겸비해 인기가 높다. 리디아 고 선수도 타임지 선정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여성 중에서는 능력 있고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힐러리 클린턴 여사를 빼놓을 수가 없다. 정치적 역량이나 실력 면에서 누가 그를 넘어서겠는가.

얼마 전 어느 강연장에서 중년 여자 하나가 힐러리에게 신발을 벗어 던진 일이 있었다. 그녀는 그 와중에도 의연하게 재치 있는 농담으로 청중들을 안심시키고 폭소까지 터트리게 했다고 한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성들이 각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하면서 여성 대통령, 여성 총리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만큼 많아졌다. 이쯤 되면 앞으로 여성 상위시대가 오는 것은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다. 빛나는 여성들이 너무나 많다.

이렇게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한편으로 지난 주일 어느 목사님은 설교 중 한국 여성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자기 자식 등 가족에 대한 사랑은 넘치지만 이웃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이었다.

그 넘치는 사랑을 조금만 덜어내서 불우한 이웃의 아이들 혹은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을 베푼다면 사회가 얼마나 아름다워지겠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그 말씀을 들으며 나의 주위를 돌아보니 문득 떠오르는 여성이 있었다. 내 주위에 이런 모범적인 여성이 있구나 생각하니 새삼 마음이 흐뭇해지고, 나 자신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녀는 능력도 있고 재력도 있는 여성이다.

그런 그녀가 오랜 세월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다. 매일 아침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면 비닐봉지를 옆에 차고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비가 오거나 한결같이, 한두 해도 아닌 여러 해 동안 하는 일이다.

물론 봐주는 사람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묵묵히 그 일을 지속적으로 해내는 마음가짐으로 그는 주변의 어느 잘난 여성들보다 돋보인다. 청소가 몸에 배었는지 그녀는 골프를 치다가도 쓰레기가 눈에 띄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이런 숨은 봉사야 말로 동네를 아름답게 하고 나아가서는 나라를 안정되게 하는데 일조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가 힐러리나 김연아처럼 탁월한 능력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작은 씨앗이라도 정성으로 키워주면 큰 나무가 되듯, 작은 선행이라도 지속적으로 하면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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