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세월호, 추한 우리의 자화상

2014-05-02 (금)
크게 작게

▶ 여론마당

▶ 정기용 / 자유광장 상임대표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국내외 한국사회가 혹독한 정신 공황 상태에 빠져 들었다. 우리 역사에 절대로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가 일어난 지 보름밖에 안됐는데 벌써 “이젠 다 잊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소인배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어떻게 이 거대참사를 그렇게 쉽게 잊자는 건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더 앓고 더 마음 아파야 한다.

우리 국민 모두 가슴 열고 솔직한 반성을 해 보자. 세월호 비극을 빚어낸 인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정작 책임져야 할 장본인들은 그 뒤에 숨어버릴 태세다. 그러니 잊고 말자는 사기극을 눈감아 줄 수 있겠나.

지금 권력과 그 비호세력인 언론들의 태도를 보라. 엉뚱하게 세모그룹 소유주 유병언의 부정축재에 지면을 대거 할애하고 초점을 그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가. ‘세월호 침몰’ 아닌가. 그렇다면 침몰원인, 경위, 구조무능, 그 와중에 일어난 책임자들의 직무유기, 이런 것들이 규명돼야 한다. 다 국민의 분노 불만을 딴 데로 흐리려는 술책이다.


위정자들의 무지와 편견이 만들어내는 비극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갈팡질팡 혼란에 절절매는 양상,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자화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참극은 이미 예고돼 있었던 것이고 우리는 이 점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이와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획기적인 정치개혁을 창출해내야 한다. 재난구조에서 목격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의 사회풍조, 국가 운영으로는 불상사의 반복일 뿐이다.

정부와 언론은 국민안전 불감증을 탓하지 말라. 국민 스스로가 사고예방에 성실해 질 수 있는 국가존경의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총리사퇴가 문제가 아니다. 그런 미봉책으로 국민의 허탈감을 세척해 내려는 것은 다름 아닌 제2의 사건을 예고하는 것이다. 정직하고 질서 있는 민주적 새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