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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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세대’ 엄마

2014-04-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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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창 / 뱅크 오브 더 웨스트 LA 지점장

“너 그렇게 학교 가기가 싫으니?” “학교 가면 지루해요. 가서 별로 배우는 것도 없어요.”“그래? 그렇다면 학교 그만둬. 집에서 홈스쿨링 할 테니까 네가 원하는 데로 해 봐.”

엄마와 14살 된 아들 사이의 대화를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뉴욕 브롱스 사이언스 고등학교에 다니던 아들 데이빗 칼프. 늘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는 아들. 어릴 적부터 그 방면에 심취해온 것을 잘 아는 엄마였기에 그런 결정을 내릴 수가 있었다.

당시 바바라 에이클먼은 뉴욕 사립학교의 과학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교사가 자기 아들을 우수한 학교 다니는 것을 그만두게 하고 홈스쿨링으로 바꾼다는 것을 보통사람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몇 년 후인 2007년 아들은 블로그 위주의 웹사이트 회사‘텀블러(Tumblr)’를 차렸다. 시작한 지 2주 만에 약 7만5,000명이 가입하면서 급속도로 사용자가 늘어났다. 2010년 그는 MIT 대학이 선정하는 MIT 리뷰 TR 35, 즉 35세 미만의 우수 발명가의 한명으로 뽑히게 되었다.

텀블러는 주로 블로그 전문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해 빠른 속도로 급성장, 2013년 5월 당시 약 1억800만 개의 블로그 사용자를 갖게 되었다.

이에 눈독을 들인 사람이 바로 야후의 CEO 머릿사 메이어. 2013년 당시 시가 8억이라는 감정가격 보다 3억을 더한 11억 달러에 오퍼를 던졌고 칼프도 그 오퍼를 받아들여 26살에 억만장자로 올라서게 되었다. 야후의 권유로 그는 텀블러의 책임 운영도 맡았다. 텀블러 매입 결과 야후는 젊은 불로거들에 더욱 어필하게 되었다.

어릴 때 아버지와 헤어진 그를 이끌어 준 것은 엄마였다. 대부분 부모가 그렇듯 어떻게든 자녀가 옆길로 안 빠지고, 우수 대학교로 가서 좀 더 안전하게 유리하게 사회진출을 하도록 돕기보다 그녀는 아들이 원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 제 갈 길로 갈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려고 했다.

그가 큰돈을 벌었다 해서 엄마가 아들을 잘 키웠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 눈을 열어주고 험난한 길을 스스로 헤쳐갈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자식의 능력이나 취미와는 상관없이 일류 학교에 진학시키는 데만 애를 쓴다. 바바라는 아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 능력을 믿고 길을 열어주려고 했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칼프에게 학교공부와 SAT 준비만 밀어붙이면 그의 앞날을 막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학교 공부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녀는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일류대학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는 소수의 무리가 있지만 모두가 그들과 똑같이 경쟁해서 그들의 뒤에서 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도록 부모가 자녀를 도와야 할 것이다.

싱글맘 바바라 에이클먼은 아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스스로 세상을 보는 눈과 용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세상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과 아들의 길을 갈 수가 있었다. 지혜로운 ‘신세대 엄마’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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