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공간에 있는 사물들의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습니다.”
현대음악가인 윤보라(사진)씨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독특한 악기와 연주 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윤씨가 새 앨범 ‘가라앉는 대성당(Sunken Cathedral)’ 발매를 앞두고 맨하탄의 아시아 소사이어티 극장에서 국악인 박봉구씨와 함께 23일 선보인 무대에는 200여명 관객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윤씨는 "대성당은 건축물의 하나로 어떠한 공간(Space)에 건물을 짓는 것과 공간 속에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은 같은 원리라고 생각해 이 같은 제목을 지었다"며 "육체와 정신, 자아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내 음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윤씨의 무대는 독특하다. 바이얼린이나 키보드 등 악기를 직접 이용한 곡은 많지 않다. 오래된 턴테이블, 메가폰, 무전기, 놋그릇, 구슬 등 소리가 나는 사물이면 모두 그에게 악기가 된다. 사물을 두드리거나 땅에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리를 만든다.
윤씨는 "여러 사물에서 나는 소리를 함께 조합하면 하나의 훌륭한 음악이 된다"며 "늘 흥미로운 소리를 찾는 것이 나의 음악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물로 음악을 만들었던 그는 2007년에는 휴대폰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로 링컨센터 무대까지 올라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월스트릿저널 등을 통해 널리 이름도 알렸다.
’가라앉는 대성당’ 앨범은 29일 아이튠즈, 아마존 등 온라인 시장에 발매되고 5월13일에는 영상으로 제작된 그래픽 앨범도 나온다. 내년 1월에는 뉴욕시의 현대 오페라 축제의 장인 ‘프로토타입 페스티벌(Prototype Festival)’에도 초대돼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김소영 기자> A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