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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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아빠의 죽음

2014-04-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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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희 / 수필가

그 동안 여러 번 들었던 소식이지만 얼마 전 한국 TV 뉴스에서 보여준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연탄가스를 피워놓고 엎드린 채 숨을 거둔 기러기 아빠. 그토록 끔찍한 결정을 내리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멀리 떨어져있는 소중한 가족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러한 돌이킬 수 없는 길은 택하지 않았을 터인데.

한국의 기러기 아빠들 숫자가 50만명이나 된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앞으로 범사회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할 중대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좀 더 자주 대화하고, 이별의 목적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제가 생겼다 싶으면 모든 것 중단하고 가족이 다시 함께 모였어야 했다. 아빠의 죽음은 남아있는 가족에게 일생동안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남겨 주었다. 가족은 서로 힘이 되고 가족 중 한 사람의 아픔이 곧 가족 전체의 아픔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느 아빠는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요가, 노래교실 꽃꽂이 등 여러 가지 배우며 지내면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어울려 회포도 풀고 맛 집을 찾아 식사도 함께 하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씩 사라져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찾았다 한다.

하지만 모여 살든 헤어져 살든 가족 간의 따스한 교류와 대화만큼 좋은 것은 없다. 세계 최장수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한 섬을 관찰한 지아니 페스 박사는 90~100세의 노인들도 포도농장일 등으로 매일 몸을 움직이고 서로 간에 따스한 대화를 많이 나눈다는 것을 발견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가족 간에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면 이런 비극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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