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인이 고집이 센 이유

2014-04-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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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고영주 / 수필가

매화나무 등걸에는 성자나 노인의 얼굴이 어려 있다. 산전수전 다 겪고 공중전까지 치른 만고풍상이 새겨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푸른 색소가 있는 풀이나 채소는 물기가 많아서 유연하고 부드럽지만, 등걸이나 고목은 윤기가 없고 메마르다.

인체의 수분은 신생아는 80%, 성장이 멈추는 24세 전후에는 70%이지만 60% 이하가 되면 노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50%에 달하면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인체에서의 물은 순환, 동화, 배설, 체온 조절기능, 해독 작용을 하며 면역력을 높여준다.

몸 안에 수분이 많으면 안색도 좋고 피부도 곱다. 우리는 협상하거나 사교하고 화해할 때 술을 마신다. 또한, 손님이 오면 제일 먼저 마실 것부터 내놓는다. 그만큼 물은 융화와 친교의 대명사처럼 인간관계에서 윤활유 노릇을 한다.


진흙도 마르면 단단하고 굳어진다. 그러나 물을 만나면 부드럽고 점착력이 강해진다. 노인은 10%의 물이 부족해서 생체학적으로 고집이 셀 수밖에 없다.

장수의 비결도 공기와 물에 있다. 세계 4대 장수촌은 네팔 북쪽 티베트와 파키스탄 북쪽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훈자(Hunza), 신비의 약수, 광천수가 솟는 에콰도르의 계곡 마을 빌카밤바(Vilcabamba), 코카서스 산맥을 타고 이어지는 러시아의 압하지야(Abkhasia), 일본의 오츠끼시 동북쪽 오까하라 산촌을 꼽는다.

장수촌이 대개 고산지대인 것은 공기도 맑고 산 정상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클러스터(입자)가 작고 6각수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미네랄이 풍부한 약 알칼리 환원수라는 것이다.

적어도 하루에 8잔 이상 물을 섭취하는 노인이라면 고집도 씻어 내리고 장수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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