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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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해진 ‘동방예의지국’

2014-04-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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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춘 / 자영업

최근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에서 발생한 주차 경비노인 폭행사건을 보며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 몇 자 적어본다. 폭행을 당하고 망연자실 땅바닥에 주저앉아 넋을 잃은 노인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를 헤아리니 엇비슷한 연배인 나로서도 심장이 뛰어 견딜 수가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사회 전체는 이민사회로서 걸어온 길을, 또 각자는 자신들이 걸어가고 있는 길을 다시 한 번 차분히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혹이라도 우리가 안고 있는 심각한 잠재적 문제들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어떠한 문제들이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많은 교훈을 얻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자라고 떠나온 조국을 다른 나라 사람들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칭송했다. 그런데 이번 폭행사건은 이런 칭송을 무색케 한다. 그런 나라에서 살다 온 미주한인들이 ‘동방무례지국’의 이민자들이라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겪으며 생업에 바쁘더라도 잠깐 짬을 내어 자녀들과 같이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은 시가 있어 적어 본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나는 젊었거니 돌인들 무거울까?/늙기도 설워라 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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