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 3초전. 스코어는 16대 16. 지난 5일 뉴욕대한체육회 주최로 열린 제1회 한인 유소년 농구대회 결승전<본보 4월7일자 A3면>에서 치열한 공방 끝에 연장전에 들어선 ‘CK스포츠·트래벌스포츠 연합팀’과 ‘롱아일랜드한인교회’ 두 팀 가운데 먼저 골을 넣는 팀이 승리하는 급박한 순간.
코트 위의 선수들과 응원하는 가족들의 시선은 공을 잡고 있던 한 소년에게 집중됐다. 3초… 2초… 1초… 종료를 알리는 부저와 함께 소년의 손을 떠난 공은 그대로 림으로 빨려 들어갔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바로 CK스포츠·트래벌스포츠 연합팀 소속의 유예원(11) 군이었다.
롱아일랜드 제리코 조지잭슨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유군은 이날 연장전으로 몰고 간 동점골과 연장전에서의 결승골 등 전체 팀득점의 절반이 넘는 9점을 넣으며 최우수선수상(MVP)의 영광까지 차지했다. 이날 치러진 네 번의 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하며, 무패 우승의 주역으로 당당하게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공인된 대회에는 처음으로 출전해 MVP까지 수상한 유군은 “오늘처럼 긴장감 있는 게임에서 결승골을 넣어 기쁘다”며 “코치님이 운동을 하는 매 순간마다 지금 이 느낌을 잊지 말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제리코 트래벌 스포츠팀과 제리코 지역 초등학교 3개 연합인 ‘제리코체육 협회’(JAA)에서 활약 중인 유군은 팀의 유일한 한인이다. 처음 농구를 시작할 때만해도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실력을 평가받지 못하고 무시당하기도 했지만, 재작년 뉴욕 닉스에서 돌풍을 일으킨 대만계 농구선수 제레미 린의 영향으로 지금은 팀원들에게도 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군의 포지션은 포인트 가드. 공격 흐름을 조율하고 백인과 흑인 친구들 사이를 파고드는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패스 능력, 그리고 마무리 슛 능력으로 공격 포인트를 얻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유치원생이던 지난 2009년 미국에 온 유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 CK스포츠에서 농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했다. 유군의 등번호 6번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마이애미 히트의 르브론 제임스의 등번호.
‘킹 제임스’라는 별명처럼 선천적 운동 신경과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제임스처럼 팀의 핵심이 되는 중요한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교내 오래달리기 대회에서 학년 1등을 두 번이나 차지했고 6~7학년 형들을 제치고 전체 2등도 두 번이나 차지할 정도로 성실함과 끈기를 갖춘 유군의 재능은 고등학교때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한 아버지 유상준씨를 빼닮았다.
농구 외에도 모든 스포츠를 좋아해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고 기록을 분석하며 해설까지 할 정도로 스포츠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유군의 목표는 농구명문인 듀크 대학교에 진학한 뒤 제레민 린 선수처럼 미 프로농구(NBA)에 진출해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것. 한인 최초의 풀타임 NBA 선수를 꿈꾸는 유군은 유상준·김지영 부부의 2남 중 막내다.<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