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미일 관계, 1905년과 오늘

2014-04-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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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권경모 / 건축가

일본에 아베정권이 들어선 뒤 아베와 그의 측근들의 방자스런 언동과 미일간의 군사적 외교적 협력관계를 보면서 한국의 입장에 관하여 매우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1905년을 전후한 한미일 관계를 잠시 돌아보자. 1905년 미국의 국방장관 윌리엄 태프트와 일본의 수상 가쓰라 다로는 동경에서 소위 동양의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비밀회담을 가졌다.

그중 우리에게 중요한 내용은 조선이 일본의 동의 없이는 외교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일본과 미국이 합의한다는 조항이다. 미국은 일본의 외교권 박탈 의도를 분명히 알면서도 반대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미국의 국익이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오늘날 한미일의 관계는 어떠한가. 심각성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겠으나 1905년 당시와 비슷한 점이 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미국은 또 한국에 불리한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지금 GDP의 400%에 가까운 국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또 중국과의 군비경쟁과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러시아와의 관계 등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난제들에 봉착해 있다.


그 해결책의 하나로 미국은 서양에서는 유럽의 협력을, 동양에서는 일본의 협력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의 비위를 건드려가면서까지 한국의 권리를 보호해 줄 것인가. 노력은 해볼 것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에 따라 그 이상은 안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최우방인 미국일지라도 우리를 돕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전반적인 정책면에서 볼 때 위안부 문제나 독도 분쟁은 미국의 중요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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