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앵콜클래식] 이정훈 기자 ㅣ 사냥(Hunt)

2014-04-0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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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화집에서 브뤼겔의‘ 눈 속의사낭꾼’이란 작품을 보다가 오랫동안 눈을떼지 못한 적이 있었다. 눈 쌓인 마을… 얼음판에서는 사람들이 썰매를 지치고 있었고, 까치가 나는 겨울하늘 언덕에 방금 돌아온 사냥꾼들의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듯, 힘차게 그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정신을 바짝 들게 하는 신선함이라고나할까? 지구상에서 인류가 수렵을 시작한것은 약 2백5십만년 전부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기시대를 거치면서 인류는 농경을 하며 수렵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지만원래 인류는 태생부터 사냥의 동물이었다.

과연 사냥하는 기술이 없었다면 인류는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사냥이란 살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피의 잔인함을 연상케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긴장과 스릴… 모험을 말하기도 한다.


그것은 단순한 모험이기에 앞서 삶과 죽음… 생존의 문제가 달린 모험이기에 그긴박감과 스릴이 더 한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사냥꾼의 일기… 수렵에 대한 저서들이꾸준히 읽혀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본능 때문은 아니었을까?사냥의 음악하면 또한 떠오르는 것이 베버의 ‘사냥꾼의 합창’ (마탄의 사수 중) 일것이다. 널리 불리어지는 이 유명한 곡은베버의 대표작이기도 하지만 사실‘사냥꾼의 합창’은 그 모형일뿐, 서양음악은 (특히낭만주의부터) 바로 이 ‘ 사냥꾼의 본능’을 밑그림 삼아 스릴과 모험의 세계를 그리고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의 잠자고있는 본능을 일깨우며, 무의식 속의 스릴…모험의 본능을 적나라하게 다루는데 있어음악만큼 더 적합한 예술이 있을까?우리는 음악을 떼놓고서는 일상을 생각할 수 없다. 가까운 카페에서 차 한 잔을마시더라도, 연인들의 조용한 데이트 장소에도 음악은 늘 필요하다. 정치적 회합…화기애애한 사업상의 만남이나 술상 앞에도 풍악이 없으면 김빠진 맥주다. 사람들은 모두 음악을 좋아한다. 누구나 그와 더불어 상생(?)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율할 줄안다.

그러나 대체로 풍악이란 자신의 의식을 어루만지며 일상의 시름을 잊게하는 매너리즘의 도우미로 활용할 뿐 전장에 나가는 갑옷과 투구로서의 음악은 연상하기 쉽지 않다. 특히 거친 금관악기(소리)가 귀청을 때리면 대체로 인상을 찌푸리기 마련이다. (클래식에서의)교향악 소리에 보이는반감들은 때때로 이러한 (금관악기의)소리들이 너무 거칠기 때문이다. 사냥꾼의 합창… 야성의 울림으로서의 음악을 사랑하는 자는 소수의 일 뿐이다. 서양음악은 낭만주의로 넘어가면서 금관악기의 활약이점차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바그너는 물론이거니와 시벨리우스, 브루크너 모두 금관악기를 빼고 그들의 교향곡을 말할 수 없다.

차이코프스키, 베를리오즈… 등도 금관악기의 달인들이다. 그 중 바그너의 경우는 새로운 튜바까지 개발하게 되었지만, 아무튼 왜 그처럼 많은 낭만주의의 작곡가들이 관악기에 집착하게 되었을까?베토벤의 교향곡 3번(영웅)의 리허설이처음 열렸던 비인(1804년 6월)에서의 일이다(영화 ‘에로이카’에서 그려지고 있음) 악보를 받아든 오케스트라 주자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이크 ! 재앙급인데… 어째 소음같다. 어쩌면 연주불능일지도 모르지… 베토벤 왈, 누가 음악을 연주하랬습니까? 아름다운 소리는 집어 치우세요! 그저 소리를 내세요. 더 크고 거칠게… 악보대로 박력있게… 이렇게 연주된 ‘ 영웅 교향곡’이 끝나자 그 자리에 있던 하이든은 말했다.‘ 이제 역사는 바뀌었다’ (Everything isdifferent from today)제도(법)적, 정치적 업압 속에 길들여져가던 집개… 인간들은 비로소 그 정형화된관습의 틀에서 벗어나 어쩌면 소리를 들을수 없게 된 한 예술가에 의해 야성의 들판으로… 자유와 헌터의 기지개를 활짝 펴기시작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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