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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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주인 되어야

2014-03-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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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박수잔 / 실내장식가

몇 년 전 5개국에 있는 사람들과 동시에 일을 하였었다. 각각의 시차로 낮에도 밤에도 쪽잠을 자며 1년 6개월을 지냈다. 그 결과 스트레스와 과로 그리고 심한 수면부족으로 건강이 나빠지면서 그 일을 중단하게 되었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는 말을 실감하며 우리 가족은 지난달 숲속으로 이사를 왔다. 숲속이라 인터넷이 없어 20일 후에야 새로 깔았다. 20일 동안 나는 녹색의 나무를 보며 뜰에 고추, 토마토, 부추, 돼지감자 등을 심고 ‘꾸꾸’ 하고 돌아다니는 닭들만을 보고 지냈다.

이전에는 인터넷이 1시간만 안되어도 불안했는데 TV도 인터넷도 없이 20일을 지내며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고 여유로웠다. 문명이라는 것이 발달할수록 사람을 더욱 바쁘게 만들며 문명의 노예로 만드는 것 같다. 사람들은 문명의 발달로 이전보다 쉽고 빠르게 산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더욱 바빠져서 모든 것을 완전히 내려놓고 쉬는 여유를 잃어버리게 한 듯하다.


녹색의 숲에서 1주일 만에 사무실로 가보니 눈이 시려 뜰 수가 없었다. 평소에 전혀 느끼지 못했던 시멘트에 반사되는 빛들, TV의 빛들이 이렇게 눈에 자극적이었는지 새삼 실감했다. 숲의 녹색이 주는 정신적 안정을 실감하며 자연의 위대함에 새삼 감사했다.

창조주의 섭리를 자연을 통해 느낀다. 아등바등 사는 삶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문명의 찌꺼기가 아닐 런지? 하루 1시간이라도 문명의 매체에서 벗어나 온전한 여유를 취함으로써 문명의 노예가 되지 않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문명의 주인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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