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로 사는 기쁨

2014-03-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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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홍소영 / 한국학교 교사

나의 꿈속 주인공의 절반은 아들이다. 아들과 만나 한 집에서 산 지 어느새 8년이 되어오고, 이제 10년 정도 남은 아이와의 한집살이 시간이 자꾸만 벌써 아쉽고 아깝다.

12년의 기다림 끝에 얻은 ‘엄마’라는 이름이 좋고 ‘00 엄마’로 불리는 게 신기해서 훌쩍거렸던 적도 있었다. 아장거리며 걷는 아들과 스낵 바리바리 챙겨서 오라는 데는 없어도 너무나 갈 곳이 많았던 시절이 자꾸만 생각나, 자주 사진첩을 뒤지면서 커가는 아들의 어린 시절을 붙잡는다. 이제는 키가 내 턱밑까지 커버린 아들을 보며 엄마도 이렇게 엄마로서 쑥쑥 자라고 있나? 고민한다.

어느 날 아들이 장난감을 빨리 사달라고 조르며 말을 했다. “오늘 학교 끝나고 집에 왔을 때 장난감이 집에 있으면 3달러 줄게. 내일 사주면 내가 2달러 줄게. 그 다음 날 사주면 1달러 줄게요. 나중에 사주면 아무것도 안줄 거야.”


이게 무슨 계산법이람? 그날 아침 나는 훌쩍 커버린 아들이 섭섭했다. 가지고 싶은 것은 꼭 가져야 하는 아들의 마음을 보면서 어릴 적 욕심으로 똘똘 뭉친 내 모습을 슬쩍 엿본다. 오빠, 언니의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막내인 나는 부러울 것 없이 컸다.

그런데 지금 엄마가 되고 보니 아들에게 채워줘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꾸만 고민하게 된다. 아무도 내게 엄마는 이렇게 하는 거야 하며 엄마 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어릴 적을 자주 떠올려 보면서 지금 근근이 2학년 아이 엄마놀이를 하고 있다.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스쿠터를 타면서 봄바람에 고마워하고 눈부신 햇살에 감격하며 철부지처럼 나도 7살을 살면서 스스로 위로한다. 아들과 함께 천천히 자라가면 된다고.

아이를 향한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가 어느 날 커지고, 별일 아닌 일에 열이 날 때면 아이폰 속에 있는 밝은 미소를 꺼내보며 마음을 녹인다. 이제껏 너로 인해 기뻤던 순간을 잠시 잊었노라고. 미안하다고. 또 너무나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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