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이 먹기

2014-03-2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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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호 시인, MD

내가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내 몸 안팎 정신 구석구석에
여러 개 꿈을 가꾸고 길러가며
농익은 열매를 하나씩 꺼내는 일이다

쓰임새 많은 사연 봉투에 담아두고
내 걸어 온 웃음까지 함께 넣어
안팎으로 걸어 둔 초록색 경험들을
스쳐온 세월만큼 나누는 일이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세월처럼
이 세상 모든 이를 내 가족처럼
날 위해 사는 자기본위가 아닌
진정 필요한 이들과 나누는 일이다

어차피 남 주려 잠 덜자고 배웠지만
손때 묻은 봉투 선뜻 담아 주어내니
이제는 내 꿈과 지혜도 바닥이 나서
더 나누어 주려 해도 목마르지만

찾는 이들 아직도 내게로 오고 있어
행복을 빚으면서 온 몸으로 달려가
빈 봉투 개수를 나날이 늘려가며
살아 온 거울을 열심히 닦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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