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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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사기 누가 당해? “혹시…” 노인들 걸린다

2014-03-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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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권에 당첨되셨습니다’ ‘고소득 재택사업 하세요’ ‘손자 납치했으니 돈 보내라’

▶ 분별력 저하 60세 이상 넷 중 한 명 “사기전화 받고 돈 보낸 적 있다”, 데이팅 사이트서 만난 연인 송금 요구도… 신고해도 수사조차 안해

뻔한 사기 누가 당해? “혹시…” 노인들 걸린다

분별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상대로 한 각종 사기사건들이 크게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은퇴자 또는 은퇴를 앞두고 재테크나 용돈벌이 수단을 찾는 사람들을 노리는 사기범들이 판을 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신문은 ‘자메이칸 복권’부터 인터넷상의 투자 광고까지 다양한 수법의 사기행각들이 미국 도처의 노인이나 은퇴를 앞둔 노년층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부분 “한 번 해보면 어떨까”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기집단의 미끼를 물었다가 파산까지 이르는 케이스가 수없이 많다는 것이다.


미네소타주 하원의원 조 애킨스는 지난해 연말 노인시민커뮤니티센터에서 사기를 당할 뻔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가 참가한 모든 노인들이 모두 그렇다고 대답하자 놀랐다.

애킨스 의원은 “75명의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이들 모두가 손을 들어 놀랐다”고 말했다. 이 중 4명은 사기에 걸려 돈을 보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연방 무역위원회가 2012년 접수한 사기제소 건의 26%가 6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나타나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재정교육 홍보조직인 ‘인베스토 프로텍션 트러스트’는 지난 2010년 65세 노인 5명당 1명꼴로 재정사기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 연구보서는 꼭 치매가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사기를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노리는 사기행각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데다가 요즘은 값싼 인터넷 전화와 이메일, 그리고 빠르게 전산 입력되는 송금 기술 등으로 사기꾼들의 범죄가 점차 쉬워지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일수록 일확천금을 내세우는 사기꾼들의 미끼를 더 잘 무는 경향이 많은 것도 문제다. 또 사기에 당하더라도 관계 당국에 고발하거나 신고하는 건수가 불과 10%에 지나지 않고 있고 또 신고가 접수돼도 수사기관은 대부분 수사조차 진행하지 않는다.

한때 해외에서 활동하는 사기성 복권 케이스를 담당했던 이민세관단속국의 밴스 캘린더 부장은 “2009년 6개월 동안 3만6,000명의 피해자 명단을 확보했지만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FBI 마이애미 지국에서 금융사기를 담당하는 데이빗 낸스 특수 수사요원은 “국내 케이스 수사가 항상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정범죄는 수사하는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 사실 확고한 증거가 거의 없고 사기꾼들은 피해자들이 돈을 준 것이고 합법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사관들이 개별 사건들을 수사하다가 포기하고 있으며 범죄 조직의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하거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실시하는 정도에 그친다.


▲자메이카 사기 피해 사례자

메이카 조직에 걸려든 도로레스 에어드(85)는 2010년 250만달러와 벤츠 승용차 복권에 당첨됐다는 꼬드김에 넘어가 결국 파산까지 가는 피해를 당했다. 에어드는 당첨 복권을 찾는데 필요하다며 요구하는 4만7,000달러를 보냈다. 또 집에서 돈을 뽑으려고까지 했다.

사기꾼들은 하루에 10여차례 이상 전화를 걸어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들과 개인적 관계를 만들어간다. 어떤 색의 자동차를 원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복권에 당첨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말해 준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비용을 요구하다가 점차 액수를 늘려나가는 방법을 사용한다. 피해자들은 당첨 상품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고 돈을 더 보낼수록 빠져나오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에어드의 아들이 사기조직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자 그들은 개입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동차 수송차량이나 변호사, 은행 직원, 심지어는 FBI 에이전트나 연방 마샬을 사칭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현혹한다.

듀크대학의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71세 이상 노인들의 3분의 1은 일정한 인지기능 장애를 앓고 있다. 베일러 의대의 라시 교육학 박사는 경미한 인지기능 장애는 찾아내기 어렵다며 “골프도 칠 수 있고 식당이나 오페라도 갈 수 있는 등 거의 모든 생활을 누릴 수 있지만 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에어드는 의사 진단을 받아 봤지만 치매기는 전혀 없었으나 사기에는 적당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연방 수사기관은 10만달러 미만의 재정범죄는 수사를 하지 않는다. 미네소타 경찰국이 에어드의 케이스를 수사했지만 어떤 것도 되찾지 못했다.

자메이카는 올해 이같은 사기를 범죄로 처벌하는 법을 만들었다. 자메이카 주요 조직범죄 및 반부패 단속반의 달리아 개릭 대변인은 “사기꾼들은 매우 잘 조직돼 있다”면서 “올해부터 새 법에 따라 적극적으로 조직들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캘린더 수사관은 자메이카에 근거를 둔 사기조직들은 외국 회사들이 영어 잘하는 자메이카 현지인들을 고용해 콜센터를 오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람 설득하는 기술을 배우고 일부는 사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일명 ‘빨대 리스트’로 불리는 피해자 명단 확보를 위해 조직 간의 치열한 싸움도 벌어진다.

▲다양한 사기 수법노인들을 상대로 한 또 다른 형태의 사기도 주의해야 한다.

데이팅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로맨스 사기도 기승을 부린다. 온라인상에서 만난 연인을 방문하기 위해 또는 긴급한 일을 도와주기 위해 돈을 보내주기도 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꼬드겨 은퇴자금을 앗아가는 사기도 횡행한다. 사기꾼들은 효과도 없는 인터넷 온라인 교육과 웹사이트를 만들어 준다며 고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70대의 한 부부는 온라인으로 금 투자처를 찾다가 은퇴자금 거의 대부분을 사기 당한 케이스다. 금 투자 중계자가 하루에도 2~3차례 전화를 걸어 돈을 더 보내라고 요구하더니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와 중국 투자가 잘못돼 2만달러만 건졌다고 하더란 것이다. 연방 거래위원회가 해당 회사를 폐쇄시키고 변상을 합의토록 했지만 아직까지 돈을 다 돌려받지는 못하고 있다.

일명 조부모 사기도 있다. 사기꾼들이 손자손녀를 사칭해 돈을 뜯는 방식이다. “철수냐” “네 할아버지” “철수예요. 멕시코에 왔다가 납치당했어요. 2,000달러를 주지 않으면 날 해친데요. 엄마 아빠에게는 말하지 마세요”식의 수법이다. 놀랍게도 많은 노인들이 돈을 보낸다는 것이다.

사기성 주식 구입 정보나 투자 정보 제공을 미끼로 돈을 갈취하는 경우도 있다.

마이애미 증권거래위원회 책임자인 에릭 버스티요는 “모든 사람들이 1~2%도 안 되는 은행에 돈을 넣기보다는 7~8% 고율의 이자를 얻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자메이카 사기의 대표적인 유형>

자메이카 사기범들이 지난 4년간 10억달러 이상의 돈을 챙겼다. 피해자 대부분은 노인이다. 다음은 전형적인 자메이카 사기 유형이다.

1. 사기조직원이 전화번호부에서 피해자들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건다.

“좋은 소식입니다. 250만달러와 자동차 복권에 당첨됐습니다”

2. 피해자는 외국 복권을 산 적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사기꾼들은 그럴 듯하게 설득한다.

“아마 소매점에서 자동적으로 구입했을 것입니다. 무슨 색의 자동차를 원합니까. 등등. 그런데 상품과 경품을 받기 위해서는 다소 간의 비용이 필요합니다.”

3. 피해자는 페이먼트 카드를 구입해 돈을 보낸다.

4. 사기꾼들이 계속 전화를 걸어 더 많은 돈을 요구하게 되고 때로는 정부 관리를 사칭하면서 돈을 요구한다.

5. 수천달러 이상 보낸 후에야 가족들이 안다. 사기행각은 전화번호를 바꾸고서야 끝이 난다.

보낸 수표가 분실됐으니 다시 한 장 보내 달라. 또는 IRS인데 세금을 내야 한다. 우리는 당신이 어디 사는 지 잘 알고 있다. 수수료를 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등등의 다양한 수법의 사기도 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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