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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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는 기도

2014-03-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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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효섭 / 목사

한국에서는 봄이 되면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고 써 붙이는 풍습이 있었다. 새봄과 함께 내 집에 좋은 일들이 많이 있기를 기원하는 글이다.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봄기운이 천지에 가득하다. 봄이 되면 대자연은 설레고 꿈틀거려 약동을 보인다. 어째서 봄이 되면 에너지가 솟을까?

볼티모어의 정신의학자 알란 펙 박사는 햇빛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해가 길어지면 빛이 눈의 각막을 자극하고 그 결과 수면 식욕 등을 발동시키는 시상하부에 신호를 보내기 때문” 이라고 어려운 설명을 하는데 어쨌든 봄은 마음을 설레게 하고 그래서 사람을 바깥으로 더 나가게 활동적으로 만든다.

결혼식이 가장 많은 달이 6월, 이혼이 가장 많은 달이 5월, 자살이 가장 많은 것도 봄철이다. 몸이 바깥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동시에 화도 울적함도 미움도 터지는 때이다. 뉴저지 주 파라무스 재활원에 20년 동안 살고 있는 흑인 여성 조이스 애킨스 씨가 있다. 교통사고로 남편은 죽고 자신은 전신마비로 목부터 아래를 쓰지 못한다. 물론 팔 다리 모두 마비되어 있다.


그러나 미술에 소질이 있어 입에 붓을 물고 그림 그리기를 배웠다. 주로 세계 명화들을 모사한다. 그리고 이 그림들을 봄철에 팔아 장애자들에게 선물을 사주는 것이 이 여인의 기쁨이다. 극도의 장애 속에서도 사랑을 표현하려는 그녀의 마음이야말로 봄의 향기를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다. 봄은 모든 것이 활짝 열리는 계절! 마음의 창문을 열고 새봄을 맞이하자.

봄의 속삭임을 아이들도 듣는다. “피어라. 자라나라. 돋아나라. 깨어라.” 봄의 속삭임을 젊은이도 듣는다. “전진하라. 의욕을 내라. 성취하라. 사랑하라.” 봄의 속삭임을 노인들도 듣는다. “희망을 가지라. 열매를 맺으라. 천국을 바라보라.”

나는 또 한 번 봄을 주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풀도 꽃도 기지개키며 일어서는 이 계절에/ 나도 긴 동면에서 일으켜 주소서/ 아픈 상처와 쓰라린 과거에서 일어나/ 새 날을 바라보게 하시고/ 하늘 봄기운에 나도 꿈틀거리게 하소서/ 너무나 오랫동안 / 너무나 변함없이/ 맥 빠져 누웠던 벌레의 온상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기적과 사랑하는 기쁨을 맛보게 하소서 … 봄의 에너지를 내게 채워 주셔서/ 다시 한 번 발 돋음 하게 하시고/ 고치를 벗어나 나비가 되어 저 푸른 하늘을 날게 하소서/ 오 주님, 내 가슴에 봄을 주시옵소서.”

많은 사람들이 봄의 소식을 못 듣고 있는 것 같다. 꽃의 소식이 남쪽으로부터 올라오듯 잊었던 봄의 소식, 곧 희망의 소식을 봄바람 속에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인권운동을 위하여 앨라배마를 방문한 마틴 루터 킹 박사는 가난한 흑인 청중들에게 외쳤다. “내가 온 것은 봄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당신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가 고귀하고 훌륭하고 귀중한 생명이라는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창조주는 우리에게 봄을 주셨다. 새 생명의 힘찬 약동을 보아야 한다. 긴 권태에서 깨어나 활발하게 움트고 찬란하게 꽃을 피워야 한다. 시기와 미움에서 시원하게 벗어나고, 자랑과 가식의 늪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두려워말고 희망의 날개를 펴며 빛을 향하여 전진할 때가 지금 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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