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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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늙은이, 늙은 젊은이

2014-03-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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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희 교육가

이 세상에는 젊은 늙은이도 있고 늙은 젊은이도 많다.

젊은 늙은이란 나이는 젊으나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이 늙은이와 다름없는 사람을 말하고, 늙은 젊은이는 나이가 들었지만 생각이 젊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국에서 내가 처음 부임했던 학교에 나이 지긋한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그 선생님은 60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생각이나 행동이 우리보다 젊고 대인 관계가 원만하며 그 선생님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성격이 거친 풋내기 교사들이 그 분의 영향을 받아 부드러워지는 경우를 보면서 그 선생님이야 말로 학생들의 스승이 아니라 교사들의 스승이라고 생각했었다.


이후 한국에서나 미국에서 교단에 서 있는 동안 그 선생님의 젊음을 늘 생각해 왔고 나도 나이 들면 꼭 ‘늙은 젊은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요즈음은 불경기로 인해 40, 50대가 실직해서 은퇴를 강요당하는가 하면, 의료 기술이 발달하여 수명이 길어져서 사회가 노령화 되어가고 있다.

건강도 좋아져서 노년층 중에서 항상 명랑하고 쾌활 활달하고 낙천적인 뜨거운 피가 솟구치는 노인들을 ‘나이 든 청년’ ‘젊은 노인’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이젠 ‘늙은 젊은이’가 아니라 ‘나이든 청년’ ‘젊은 노인’이라고 부른다.

나이 들어서 인생을 잘 사는 법으로 ‘7 up’이 꼽혔었다. ‘7 up’이란 Clean up(주변을 깨끗이 하라), Dress up(잘 차려 입어라), Show up(모임에 열심히 참석하라), Pay up(지갑을 먼저 열어라), Shut up(입을 다물어라), Cheer up(주위를 즐겁게 하라), Give up(과감히 포기하라) 이다.

요즘은 3가지가 늘어나 ‘10 up’이 되었다고 한다. Romance up(낭만을 가져라), Service up(봉사하라), Mind up(마음을 비워라) 이 3가지이다.

낭만을 가지라는 것은 나이 들어도 삶 속에 낭만을 갖고, 늘 꿈꾸며 감흥과 희망을 가지고 살면 늙어도 청춘이라는 뜻이다.

봉사하라는 것은 평생을 사회의 혜택 속에 신세를 지고 살아왔는데,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이제 남을 위해 베풀며 살자 라는 뜻이다. 마음을 비우라는 것은 욕심을 버리면 겸손해 지고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밝게 보인다는 뜻이다.

사실 ‘7 up’을 잘 지키며 살기도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그런데 거기다 더 추가하여 ‘10 up’이라니,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다 지키며 살 수 있을까.

아무쪼록 ‘늙은 젊은이’가 되어 ‘10 up’이 잘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산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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