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이 오면

2014-03-1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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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니얼 김 그린벨트, MD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꽃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아가씨가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내 마음도 함께 따 가줘.’
가곡 ‘봄이 오면’의 노래 말이다.
추운 겨울 속에서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님의 마음이 담겨 있는 서정적인 노래다. 올해 워싱턴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왔다. 얼마전 무릎까지 파묻히는 눈 때문에 회사에 출근 못하고 집에서 하루를 편안히 쉬었다.
그 주말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친교 실에서 교우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눈사태를 당한 고생담으로 화제의 꽃을 피웠다.
모든 이들의 화두는 단연 봄이 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다. 한 장로가 먼저 올 봄에는 자기 집 뒤뜰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구기 나무 가지들을 잘라서 교우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했다. 나는 구기 열매에다 생강과 계피에 물을 넣고 다려서 구기차를 만들어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허준의 ‘동의보감’을 읽고서 구기차를 만들어 매일 한, 두잔 씩 마시고 있다. 구기 나무는 가지를 잘라서 차진 흙 속에 심어 두기만 해도 쉽게 자란다고 한다. 올 해는 구기를 따로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어떤 이가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오는 가을에는 내 집 앞과 뒤뜰에 피어 있는 국화 꽃잎을 따서 국화차를 만들어 교우들에게 나누어 달라고 부탁 했다.
나도 해마다 국화차를 만들어 보자고 몇 번씩 마음속에 다짐을 해보지만, 국화차 만드는 일은 여간 손이 많이 가는게 아니다. 수많은 꽃잎을 부서지지 않게 따서 햇볕이 잘 드는 탁자위에 올려놓고 며칠간 말린 후 봉지에 나눠 담아야 한다.
직장에 다니면서 꽃밭 일을 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다. 그러나 열심히 가꾸어 만든 국화차를 친지들과 나눌 때의 행복감을 생각하면 힘이 저절로 솟아난다.
올해는 꼭 향기로운 국화차를 만들어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어야겠다.
봄이 오면,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하러 인도나 아프리카, 유럽을 누비며 하나같이 순교를 당한 예수의 12제자를 사모하여 교회 앞 화단에 열두 그루의 장미 나무를 심으려고 한다.
따뜻한 날씨를 택해서 땅을 파야 하는데, 3월의 봄 날씨가 춥고 많은 눈이 내려 실행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아무래도 늦게 오는 올봄은 나의 발걸음을 꽤나 바빠지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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