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설(瑞雪) 내리는 밤
2014-03-12 (수) 12:00:00
구부러진 서쪽 하늘부터
잿빛 물결로 무거워지더니
북동풍에 실려 온 냉기로 인해
숨죽인 백설이 치를 떨며 내리더니
별 모양으로 엉겨져 눈물 흘린다
하강하는 동안 소리 죽여 부풀리고
부둥켜안고 끌어 앉는 몸부림 속에
소록소록 분칠하는 맑은 얼굴은
슬픔의 줄을 타고 미끄러지며
하늘부터 땅 끝까지 가득 채운다
쌀 톨 만한 자잘한 크기부터
엄지손톱만한 몸 크기로 자라나
소리 죽여 창밖을 두드리고는
어둠만 사푼 사푼 쓸어내린다.
몇 밤 자면 온다고 약속한
봄님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창가에 서리는 내 입김으로
먼 가로등만 하나 둘 꺼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