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루살이’의 삶

2014-03-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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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홍소영 / 샌프란시스코

내게는 늘 새로운 하루를 기쁨으로 열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밤사이 휴식 같은 단잠을 자고 난 아침이면 늘 새롭게 충전된 에너지를 느낀다. 살면서 농담으로라도 자주 하지 않는 말이 있는데 “죽을 뻔했어!”라는 말이다. 두 번씩이나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나는 ‘오늘’이 너무나 소중하고 오늘의 끝도, 내일의 처음도 항상 감격스럽다.

중1 여름방학 때 일영으로 수련회를 갔을 때였다. 수영을 못하면서 강물에 들어갔다가 허리춤까지 차던 물이 순식간에 내 키를 넘어 발바닥을 붕 뜨게 했다. 한참을 허우적거리며 죽는구나 했다. 언니의 손에 잡혀 뭍으로 나온 나는 기절하고 말았다. 죽을 뻔한 최초의 경험이었다.

다음은 2002년의 겨울, 장대비가 하얗게 쏟아지던 날 빗길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뱅뱅 돌았다. 살면서 그때처럼 정신이 맑았던 적이 또 있을까? 어딘가에 부딪혀 멈추기까지 십여 초 긴박한 상황에서 또렷이 드는 생각. “남편을 부탁해요! 아무도 나랑 부딪치지 않게 해줘요.”

두 번이나 ‘죽을 뻔’의 통로를 빠져나온 나는 이후 습관처럼 하루살이를 되뇌었다. 그후 수천 번의 하루가 있었지만, 꽉 채워 알뜰히 살지 못한 날들이 빈번히 나를 몰아세운다. 너 지금 잘살고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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