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스카와 이민 1세

2014-03-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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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홍희경 / 매릴랜드

지난 2일 저녁 아카데미 시상식이 LA 돌비 극장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시상식은 코미디언 엘렌 드제네레스의 재치 있는 사회로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미국에서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슴에 닿는 작품은 ‘노예 12년’이었다. 흑인 감독 스티브 맥퀸이 자기 조상의 얘기를 그린 작품으로, 흑인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34년을 살면서 미국인들의 최대 관심인 미식축구, 야구, 농구, 골프 등 중계를 즐겨 보고 있으며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글러브 시상식 등을 시청해 왔다. 그런데 아카데미 중계 시간에 마침 한국 방송에서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합당 관련 뉴스가 보도되었다. 정치평론가들의 비평이 궁금해서 시상식 중간 중간 한국 방송을 기웃 거리는 나는 영락없는 이민 1세대 한인이다.

사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누가 받든 여우주연상을 누가 받든 상관이 없다. 그 보다 더 관심이 가는 영화는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모은 ‘변호인’이었다. 배우 송강호의 열연에 눈물이 나고 인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25년 전 미국 시민권을 받을 때 들은 판사의 축사가 생각난다. “미국은 다민족이 모여 살아가는 나라로 이민 온 당신들은 모국의 문화와 전통을 간직하면서 미국사회에 동화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다.

한국에서 살았던 햇수보다 미국에서 산 세월이 더 많아졌으니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문화 속에서 조화롭게 사는 지혜를 길러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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