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도 미국인

2014-03-0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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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주 워싱턴 문인회

아내와 나는 생일이 같은 달, 나흘 차이인 1월 달이다. 몇 년 전부터 세 딸이 우리의 생일 기념으로 거의 매년 1월 크루즈 여행을 시켜주었다. 알라스카를 처음으로, 바하마, 이스트 카리비안 등 여러 곳을 다녀왔다. 올해는 아내의 건강 때문에 2월에 다녀오게 되었다.
다행히 같은 교회 장로님 내외와 함께 가게 되어 여행길이 더 즐거웠다. 로널드 레이건 공항을 떠나 플로리다 포트 라우더델(Fort Lauderdale)공항에 내려 다시 마이애미 항구에서 복잡한 수속을 마치고 프린세스사의 루비(Ruby)호를 타고 쿠바를 아스라이 바라보며 케이만 군도를 거쳐, 멕시코의 작은 섬 코즈멜(Cozumel) 관광을 마치고 2월 15일, 다시 포트 라우더델 공항에 돌아와서 워싱턴으로 돌아 오기위해 대합실에 잠시 머물었을 때었다. 공항대합실의 TV 앞마다 많은 관중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때 마침 러시아 소치에서 거행하는 동계 올림픽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는 아이스하키 경기였다. 흰 헬멧에 청색 유니폼의 미합중국 선수와 붉은 헬멧에 붉은색 유니폼의 러시아선수 간의 용호상박, 불꽃 튀기는 경기가 빙판 얼음가루를 튀기며 전쟁을 방불하듯 두 강대국의 명예를 건 혈전이 진행 중이었다. 시합은 막상막하로 한 치의 우열을 갈음할 수 없는, 탄성과 환성이, 긴장과 단절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로 2:2 동점에서 좀처럼 승부를 내지 못했다. 연장전에 들어갔어도 우열을 가를 수 없는 빅게임이었다. 결국 피를 말리게 하는 슛 아웃(shoot out)으로 결판을 내게 되었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상대방 골키퍼와 1대1로, 창과 방패로 맞선 절체절명의 순간, 환성과 탄성이 수시로 교차되던 순간 청마에 날선 창을 들고 돌풍을 가르며 일당 천의 기세로 적진을 짓밟는 듯, ‘티 제이 오시’ 선수의 환상의 골 성공으로 미국 팀이 승리하는 순간, TV앞에 모였던 관중은 하나같이 손뼉 치며 팔을 흔들고 발을 구르며 거의 광기를 드러내며 기쁨을 억제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자기의 감정을 여과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는 미국인의 활달한 그 정서 속에 나도 모르게 휩쓸려 박수치며 흥분하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새 이렇게 동질적 정서에 젖어 있는 내 자신을 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아! 나도 이제 미국시민이지 속으로 생각하며 혼자 웃음을 머금었다. 나도 어언간 미국시민이 되었다는 인식에 진한 소속감을 갖게 된 것일까? 나도 미국인이란 생각으로 승리의 환희를 맛볼 수 있었다. 이번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 미·러 간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통해서 내가 미국 시민권자인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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