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마당
▶ 조우찬 / 페어레이 디킨슨 대 학생
이 시대의 대학생들이 겪는 현실은 대단히 피폐하다. 자유롭고 폭넓은 활동과 탐구를 할 수 있어야 할 대학생들이 박제된 수준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그 모습은 마치 붕어빵을 찍어내는 것과 같다.
불안정한 현실 가운데, 대학생들은 어떤 비판적 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여기서의 비판은 주로 사회와 정치에 대한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와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지난 몇 년간 한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책이다. 이 책들을 보면서 나는 학생들이 낭만주의적인 허위의식에 매몰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혹독한 현실 속에 헤엄치고 있으면서 도리어 낭만적인 길로써 현실을 회피한다. 지극히 현실주의적이고도 한편으로는 비관론적 입장을 견지할 법도 한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 자신을 구원해주길 바라고, 사회나 정치가 내 인생을 바꿔주길 바란다. 나 자신에 대한 각성은 그 어디에도 없다.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과 저항은 필요하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현실적이지 못하고, 다분히 의존적으로만 살아가는 것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다. 스스로 붕어빵이 되고자 하면서, 붕어빵 틀만을 문제 삼고 스스로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변화를 꿈꿀 수 있겠는가.
1차 대전 직후 젊은 세대를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이라고 불렀다.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될 위기에 봉착해있다. 대학생들 대부분이, 현실적일 경우 사회구조만을 문제 삼고, 이상적일 경우 현실을 회피한다. 구조와 개인을 함께 놓고 바라볼 때이다.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현상에 대한 본질적인 분석을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일, 그것이 이 세대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