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길

2014-03-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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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문성학 / 웨스트민스터

사람이 살다보면 별난 일들을 다 당한다. ‘아차’ 하는 순간에 끔찍한 사고로 건강을 잃기도 하고 재산상의 손실을 입기도 한다. 한치 앞에 다가오는 일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지난해 어느 날 ‘아차’ 하는 순간 부상을 당했다. 발을 헛딛고 넘어져서 왼쪽 대퇴골 두 곳에 금이 가서 오래 입원 치료를 받았다.

넘어진 순간 다친 머리 꼭대기에서 피가 쏟아져 얼굴은 물론 윗도리와 바지까지 피 범벅이 되었을 때 “나는 이제 죽는 구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즉시 나를 발견한 아내와 이웃이 911로 연락해 응급치료를 받은 덕분에 위기를 벗어났다.


만일 아내가 그 순간 발견하지 않았다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나는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었다. 아내가 그곳에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하나님의 사랑의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오랜 동안 병상에 누워 있으니 지난 일들이 주마등 같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한동안 이웃 사랑을 잊고 지냈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다. 사고를 당한 후 입원해 있으면서 나는 사랑의 마음을 되찾았다. 매일 병원에 와서 나를 지켜준 아내가 고맙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준 가족들, 이웃 친지들이 고맙다.

미움이 있던 내 마음 속에 밝은 빛이 비치고 감사와 화평이 찾아왔다. 꼭 닫힌 나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 위해 하나님이 나에게 잠시 고통을 주신 것 같다.

내 나이 여든 다섯. 살만큼 산 것 같다. 하나님이 살려주셔서 다시 살게 된 여생을 헛되게 살지 않을 것이다. 아내와 자녀들, 손자 손녀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지금 전하고 싶다. 인생은 한치 앞을 알 수 없으니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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