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우리 인간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3가지는 의식주다. 의는 따뜻할 때 그리고 추울 때 우리 몸을 감싸고 보호해 주는 옷이요, 식은 우리 몸의 활동과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음식이요, 나머지 하나는 우리 인간이 모진 눈보라와 폭풍 속에서 편안히 쉬고 잠자고 그리고 가족과 오순도순 지낼 수 있도록 해주는 집을 말한다.
이들 기본 세가지는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발생하는 필요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다행히도 옷을 잘못 입어 사망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음식을 잘못 섭취하여서 사망했다는 말은 익히 듣는다. 그런데 편안히 쉬어야 할 집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일반 주택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로는 전기감전, 화재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사고는 대부분이 육안 혹은 후각을 통해 목격하거나 인지할 수 있는 사고여서 대체로 쉽게 대피함으로서 치명적 인명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데 매년 평균 1만5,000명의 중독자가 발생하고 이 중 450여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색, 무취, 무미의 기체인 일산화탄소(Carbon Monoxide : CO약자로 표시)는 참으로 위험한 존재다.
CO는 가스, 기름, 등유, 나무, 석탄 등 연료를 연소 시킬 때 발생한다. CO는 탄소와 산소로 구성되어 있는 화합물로 탄소 화합물이 불완전 연소될 때 발생한다. 가연성이면서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어 소량만 흡입해도 호흡대사를 방해하여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존재로 알려져 있다.
일반 주택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CO를 발생시키는 대표적 가정용품으로는 가스보일러, 가스온수기, 가스난로, 석탄 혹은 프로판 그릴, 프로판 히터, 나무난로, 벽난로 등이며 정전에 대비한 가정용 발전기와 자동차도 이에 해당한다.
일단 우리 몸에 일산화탄소가 흡수되면 독성물질로 바뀌어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을 떨어뜨리게 되는데 대표적 초기증상으로 두통, 귀울림, 현기증, 무기력증이 발생하고 정도가 심해지면 매스꺼워지고 구역질을 하기 시작한다. 특히 통계적으로 보면 어린아이나 65세 이상의 노약자, 지병을 가진 병약자들에게 더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후 증상이 악화되면 점차 의식이 없어지면서 혼수상태에 이르고 결국 사망하게 된다. 설사 사망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극미량 흡수로 인해 만성중독이 되는 경우 학습장애, 감각장애, 기억장애 내지는 운동장애등의 신경손상 증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주택검사(home Inspection)시 가스보일러나 가스온수기, 벽난로(Fireplace)와 굴뚝 시작점까지의 연통(Flue Vent) 연결상태와 주변 환기상태를 면밀하게 살피게 된다. 그러나 외벽에서 지붕위로 연결된 굴뚝(Chimney) 내부 검사는 육안 검사가 가능하지 않은 관계로 주택검사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상례다.
설사 연통을 통해 굴뚝이나 외부로 배출된다 하더라도 실내의 연통의 연결부위 등을 통해 미세하나마 불완전 연소된 연기가 새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환기를 위한 창문이나 기타 창문이 없는 밀폐된 공간에 창문을 대체할 수 있는 환풍기 등이 적절하게 마련되어 있는지 여부도 살피게 된다.
간혹 지하실이 없는 주택의 경우 실내 옷장이나 실내의 침실, 생활 공간에 인접한 밀폐된 공간에 가스보일러나 가스온수기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되는데 이때는 가스중독 방지가 더욱 철저하게 요구되는 바, 인근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와 정기적 점검은 필수적이다.
통계에 따르면 경보기 설치만으로도 사망율을 반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지해야 할 것은 집의 각 층마다 그리고 침실에서 경보음을 용이하게 들을 수 있는 곳에 경보기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값싼 제품보다는 반드시 상품안정성이 검증된 UL마크가 있는 제품을 설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경보장치의 설치가 안전을 완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단지 가스중독방지를 위한 최선의 보조장치일 뿐이며 실제로 일산화 탄소의 농도가 아주 미세할 경우 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미세한 양의 일산화탄소에도 쉽게 중독되는 병약자나 노년층을 보호하기에는 충분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주에서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통계에 의하면 백인보다 중남미계는 4배, 흑인은 3배나 더 높은 CO중독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중독이 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신속하게 911에 연락을 취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다. 문제는 일산화탄소 중독의 경우, 대부분의 증상이 독감과 비슷하기 때문에 일산화탄소 중독이 아니라고 착각하기 쉽다는 점이다. 일단 독감과의 간단한 구별방법은 다음의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
독감의 경우 실내든 실외든 그 증상이 유사하다. 만일 실외에서 증상이 완화된다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사람의 독감 바이러스는 애완동물에게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애완동물이 무기력증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도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상할 수 있다.
보통 독감은 타인에게 옮기기 까지에는 수일이 걸리는데 독감걸린 같은 시기에 다른 가족도 동시에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면 이 또한 가스중독을 의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