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죽마고우

2014-02-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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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신수진 / 샌프란시스코

갑자기 어렸을 적 친구들이 그립고 생각난다. 그리고 보고 싶다. 친구들 중에는 한국에서 초중고 대학교 때 알게 된 친구들, 그리고 성인이 되어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 친구를 통해 친구가 된 절친들도 있다.

어린 시절 운동선수로 활약하느라 약 15년 동안 나는 특수한 환경에서 지냈다. 그러다보니 유난히 잊지 못할 친구들이 있고, 지금도 가끔 꿈속에서 그들을 만나곤 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간 듯 유년의 친구들을 만난다.

고등학교 때 친구 중에는 전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붙어 다니던 단짝이 있다. “이 다음에 미국에 가게 되면 가까운 이웃에서 살자”라고 했는 데 바로 그 친구와 한 시간 운전거리에 살고 있다. 수많은 날 그 친구와 밤샘을 하면서 지냈고 부모 형제보다도 나를 더 잘 알고 이해해주던 친구였다. 타지에서 운동하느라 힘들까봐 거의 매일같이 메모를 적어 용기를 북돋아줬고, 제과점 빵집보다 더 맛있게 직접 도넛, 카스테라, 과자를 만들어다줬고, 내가 좋아하는 분홍색 스웨터를 손뜨개질해 갔다 주던 친구다.


영어를 유난히 잘해서 영어 웅변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던 친구 덕분에 나도 영어를 좋아하게 됐고 내게 영어회화를 가르쳐준 친구다.

우리의 나이가 벌써 중년의 중턱에 와있다. 젊고 싱싱했던 우리의 모습이 이제 검은머리 파뿌리 되어가는 중년의 모습이다. 뒤늦게 두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친구를 얼마 전에 만나 학창시절처럼 우정을 돈독하게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오래묵은 와인처럼… 친구는 묵으니까 더 좋구나”라는 친구의 메시지를 다시 읽어보며 오늘도 내 마음은 흐뭇하다. 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낀다. 그리고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는 나만의 ‘보물 상자’에 죽마고우의 우정을 깊이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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