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이대로는 안된다
2014-02-28 (금) 12:00:00
1950년, 겨울 가족을 뒤에 두고 남하한 20살의 청년은 아직 생존해 있다면 64년이 지난 오늘 그는 84세다. 결혼한 청년이 홀로 남하했으면, 그는 남한에서 재혼하여 새 가정을 꾸렸을 것이다. 결혼한 부부가 64년 동안 재혼하지 않고 서로의 배우자를 기다리며 독신으로 살아온 경우는 아마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20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장에는 1.4 후퇴 때 홀로 남하한 89세의 남편이 86세의 아내를 64년 만에 만났다. 이들은 다른 남자의 아내로, 다른 여자의 남편으로 서로 다른 가정을 꾸미고 살았을 것이다. 별로 할 말이 없는 만남이었다. 이것이 유일한 부부상봉이었다. 결혼한 지 4개월 만에 홀로 남하한 93세의 아버지와 그 당시 유복자로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63세의 아들이 처음 만나는 기막힌 상봉이 있었다. 모녀의 만남이 있었지만 치매 중에 있는 어머니와의 대화는 불가능했다. 자매간의 만남도 있었지만 대부분 삼촌-조카간이 가장 가까운 혈육의 만남이었다. 만나야할 형제는 나오지 않고 동명이인의 엉뚱한 사람이 나온 황당한 일도 있었다.
상봉기간은 2박3일. 오는 날 빼고 가는 날 빼면, 하루를 만나는 일정이다. 그것도 엄격한 통제 하의 만남이었다. 단체상봉이라는 연극 같은 상봉을 연출했다. 이산가족 상봉이 이번이 19번째라는데 어찌해서 정부가 주도하는 만남의 모습에는 변화가 없는지 모를 일이다. 이들이 만나는 장소를 제공한 다음 양측 정부는 모르는 척 하고 돌아서 있다가 상봉 마지막 날에 귀가하는 버스에 승차시켜 데려가고 데려오면 될 일인데, 유치원 아동들을 다루듯이 줄을 지어 면회소에 인솔해서 들어오고 지정한 테이블에 데려다 앉히는 방법으로 통제하는 상봉이었다. 이러한 쇼에 지나지 않는 이산가족 상봉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북쪽 가족이 입고 온 옷이 일률적인 걸 보면 북한 정부가 맞춰 입힌 것 같은 인상이다. 개별 상봉시간이 2시간 있었지만 벽에도 귀가 있고 천장에도 눈이 있을텐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남쪽 가족이 심경을 토로한다. 이런 식의 상봉은 이산 가족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행사다. 진정으로 이산가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상봉을 원하는 가족이 휴전선을 넘어서 그들의 친지를 방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하고 못가는 나라가 없는데 어찌하여 북한은 갈수 없단 말인가?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금강산에서의 짧은 면회가 아니라 한 달 정도라도 일정한 기간 동안 고향을 방문케 해야 한다.
국가 간의 벽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웃나라를 제 집 다니듯 한다. 남한과 북한이 유럽연합국가들처럼 왕래 할 수 있다면 통일이 무슨 대수인가. 이산가족뿐 아니라 분단된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 원칙에 따라 쇼가 아닌 실효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휴전선을 넘어 왕래하지 못한다면, 차선의 방법은 화상면담이다. 서울과 평양에 화상 스크린을 설치해놓고 원하는 사람의 신청에 의해서 수시로 화상 통화를 하는 것 이다. 그러다보면 통일의 그날이 올 것이다. 북한 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증후로 보아 그날이 가까이 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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