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
2014-02-22 (토) 12:00:00
여동생 결혼식장에 흰 장갑 마다하시고
동생 손잡고 들어가던 아버지 손을 보고
아버지 친구들 보다 더 거칠고 터진 손에
무척 마음 아팠던 건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새벽별 한 자락 쥐고 논밭에 불려 나가
어둠에 눌려 파김치 되어 부르튼 손
가난을 견뎌내며 바위처럼 굳어지고
가족 목숨 매어 쥔 크고도 우람했던 손
초승달 싸늘한 오일장터 돌다리를
못다 판 고추포대 눈물로 지고 건너
집안이 잘 살아야 자식고생 안한다고
호령하던 그 걸음 어디로 가고
물속 거꾸로 가라앉는 아버지 그림자는
비료살 돈 농약대금, 동생 등록금 걱정까지
애써 개울물에 흘려보내려 하지만
담담해진 냇물은 금방 가라앉혀 버립니다
물속에 꽂힌 설음 서럽게 바라보다가
쓸쓸한 아버지 눈가엔 이슬이 맺힙니다
당당했던 가장(家長)의 패배한 눈물일까요
자식보기 안타까운 어버이 눈물일까요
가난을 저주하는 통한(痛恨)의 눈물입니다
이제 와서야 아버지 굵은 손마디가
소리 없이 이 자식을 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