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성들이여, 어깨를 펴라

2014-02-17 (월)
크게 작게

▶ 박승호 / LA

미국에 오면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착한 남편이 되는 것 같다. 집안에서는 가사를 도와야 하고 집밖에서는 아이들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니 어쩔 수 없지만 그러는 사이 남편들의 어깨는 축 처지곤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1차, 2차, 3차까지 마시던 술도 여기서는 안 통한다. 이것저것 신경 쓰다 보면 술도 마음 놓고 못 마시고 주말 골프는 아내와의 갈등으로 엄두도 못 낸다. 아내들이 행복해하는 만큼 남편들은 스트레스가 쌓인다.

미국에서 한국남자로 사는 것은 힘들다. 20대 30대를 한국에서 보낸 중년의 가장들에게는 특히 힘들다. 미국은 여자와 아이들, 강아지의 천국일 뿐 한국남자들이 살기에는 너무 밋밋하다. 여가시간은 대부분 부부동반 모임이나 종교 활동, 시장보기 등으로 지극히 제한적이다. 오랜 만에 친구를 만나서 회포를 풀 포장마차도 없고 고민을 잠재우던 담배 한가치의 여유도 없다. 그저 집과 직장을 오가는 생활의 반복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정상담소를 찾는 한인남성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의 고민은 대체로 가정폭력이나 경제적 문제인 데 비해 남성들은 심리적인 문제가 다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회의와 자존감의 추락으로 힘들어 한다고 한다. 그중 상처가 되는 것은 아내와 자녀들에게서 받는 모멸감이라고 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이민생활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 그래서 미국에 오면 여성들은 활짝 피고 남성들은 쪼그라드나 보다. 힘들고 답답하더라고 남자들이 어깨를 쫙 펴고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