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초 규칙
2014-02-07 (금) 12:00:00
농구 시합에 0.3초 규칙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고등학교 시합의 경우 남은 시간이 0.3초 이하일 때 코트 밖에서 인바운드 패스나 자유투 실패 후 득점 하려면 손으로 살짝 쳐 넣는 방법 (tip)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0.3초 이하의 시간은 패스나 리바운드를 제대로 잡아 슛을 해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이 규칙과 관련해 최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내의 고등학교 시합에서 논란이 있었다. 78대 77의 한 점 차 상황에서 추격하고 있는 팀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남아 있는 시간은 0.2초에 불과 했다. 이기고 있는 팀이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팀 코치가 심판에게 0.3초 규칙에 대해 확인 했다. 남아 있는 시간 상 이제 상대팀이 할 수 있는 슛은 손으로 살짝 쳐 넣는 방법 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심판은 당연히 물론 그렇다고 했다.
이 팀 코치는 자신의 선수들에게 골 밑만 철저히 지키라고 했다. 골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는 방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장신 선수들을 여럿 골라서 골밑에서 수비를 하게 했다. 물론 이 규칙은 공격팀 코치나 선수들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격 팀 코치도 선수들에게 공을 골 밑에 포진하고 있는 선수에게 띄워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공을 손을 살짝 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시합이 재개되었다. 그런데 공격 팀에서 공을 인바운드 해야 할 선수가 골 밑 상황이 여의치 않자 당황한 나머지 한 쪽 코너에 있던 선수에게 공을 패스했다. 그리고 그 선수는 공을 잡아 점프 슛을 했다. 0.3초 규칙에 의해 슛이 소용없음을 아는 수비팀 코치는 바로 손을 들어 흔들면서 슛의 무효를 표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 공이 골네트 안으로 들어갔고 심판은 그대로 3점 득점을 선언해 버렸다. 전광판의 점수는 역전되어 80-78. 수비 팀 코치는 규칙 위반을 항의했고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시합에 대한 항의 결론은 시합 장소에서 내려야 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합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 명의 심판들은 체육관을 바로 떠나 버렸고 그 후 아무도 체육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진 팀은 리그 담당자에게 0.3초 규칙을 재확인 한 후 시합 결과에 대해 정식 이의를 제기 했다. 시합 중 심판에게 확인까지 거친 규칙을 심판들이 위반할 수 없다고 했다. 당연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의제기를 받은 리그 입장은 또 달랐다. 심판들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이제와서 승패의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리그의 규칙 상 심판의 오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했다. 즉, 아직 시합이 끝나지 않았는데 시합을 종결시키거나 부당하게 무승부 시합을 허용하거나 깨는 정도라고 했다. 시합을 하다 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오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규칙 적용에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가 오심을 인정해도 시합 결과는 당일 시합 장소에서 번복되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오심으로 인해 시합 결과를 바꾸기 시작하면 이의가 제기되는 시합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고 그 때마다 모든 시합 내용을 재고해야 하는 등 리그 운영에 많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칙은 분명히 지키라고 있는데 심판들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특히 오심이었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는 데에도 그냥 지나간다면 규칙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리그의 입장은 그렇다고 해서 시합의 결과를 바꾼다면 그 것은 또 다른 규칙의 위반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규칙들 가운데 꼭 지켜야 하는 게 있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느냐고 질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 고의성이 없었으나 만일 리그 차원에서 해당 시합의 결과를 번복 한다면 그 것이야 말로 확실히 의도적인 규칙위반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규칙위반의 고의성 여부가 승패를 좌우 했다. 주목할 것은 그 날 시합을 벌인 두 고등학교의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두 학교 모두 서로 그 시합을 이긴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한 학교는 시합 결과를 80-78, 다른 학교는 78-77로 보고 있다.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진기한 시합이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