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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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인스펙션/ 동토의 단골손님 동파

2014-02-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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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연일 강추위가 미 동부를 강타하고 있다. 한번은 창문밖에 걸어놓은 온도계가 화씨 0도를 가리키고 있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분명한 0도였다. 실내침실에 설치된 온수관(Heat Supply Pipeline)조차 동파(Frozen Pipe)되어 물이 새는 것을 보니 과연 맹추위 중의 맹추위였다.

실내침실에 있던 온수관은 어떠한 사유로 터졌을까. 그 추운 날에 분명히 보일러는 계속 가동되었을 터인데 어찌하여 이러한 불가사의한 일이 발생했을까. 온수관의 파열모양은 분명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팽창된 배부른 모양이었고 불룩한 곳은 예리한 칼로 1.5인치정도 그은 듯 터져 있었다. 이는 동파의 전형적인 모양이다.


옛날에 바깥에 놓인 병속의 물이 꽁꽁 얼어 부피가 늘어나면서 병이 깨진 모습을 본 적이 있었지만 단단한 쇠관 못지않게 견고한 동관이 그것도 실내에서 동파되는 현실을 목격하니 매서운 동장군을 피해갈 수 있는 장소와 물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파열되어 벌어진 곳으로 힘찬 수압과 함께 쏟아져 내린 물이 침실 마루는 물론 아랫층까지 흘러 내려갔으니 겨울에 때 아닌 여름 홍수를 겪는 꼴이 된 셈이다. 응급조치로 보일러에 연결된 수도관 밸브를 잠그고 보일러를 끄는 비상조치를 취하자 파이프에서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던 물이 금방 그쳤다.

전문가 입장에서 동파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분석해 보았다. 온수관이 터진 침실은 차고 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택에서 차고는 항상 추위에 쉽게 노출되는 곳이다. 대체로 차고문은 단열재(Insulation)를 사용하지 않고 문 주변도 외부바람 차단막을 하고 있기는 하나 칼바람이 쉽게 차고 안으로 침투한다. 따라서 맹추위가 지속하는 동안 차고 안에서도 결빙현상이 당연히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보통 차고를 살펴보면 수도관과 온수관, 배수관 등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실상 차고는 자동차를 주차시키기 위한 공간이어서 난방시설이 따로 설치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실내의 열기로 상온을 유지하고 있던 차고가 맹렬히 들이닥친 100년만의 살을 에이는 동장군으로 인해 영하의 온도로 떨어져 있다가 급기야는 파이프라인에 결빙현상이 일어나면서 위에 위치한 침실의 온수관마저 결빙시켜 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집은 자동온도 조절장치를 이용하여 보일러를 가동시킨다. 자동온도 조절장치를 사용하는 이유는 매번 온도조절장치를 수동으로 작동시키는 불편함과 바쁜 일과 중에 잊어버리기 쉬운 단점을 해소함은 물론 난방비 절감을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입력시킨 시간대에 역시 입력시킨 온도로 보일러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함으로서 일일이 온도계를 조절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불필요한 시간대에 불필요한 작동을 억제하여 보통 15% 이상의 에너지비용 절감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보통 낮시간 대에는 출근 등의 이유로 온도를 낮추고 아침과 밤에는 온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기름이나 가스 등의 에너지 절약을 시도하는데 항상 낮은 온도로 설정된 집이 비어있는 낮시간 동안은 사전에 입력된 최소한의 온도를 유지함으로 보일러의 가동시간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낮시간 동안 특히 외진 곳에 위치한 방이나 생활공간은 맹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동온도 조절기가 위치한 곳의 온도보다 더 낮을 수가 있다고 가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설사 실내에 위치한 온수관이라 하더라도 보일러가 장시간 작동하지 않을시 결빙에 도달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 수 있음을 알 수 있겠다.

더군다나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는 속담처럼 철저히 밀봉되지 않은 오픈공간을 통해 칼바람이 침투함으로서 짧은 시간 내에 결빙을 가속시키게 된다. 실상 통계에 의하면 문틈, 창문틈, 파이프나 케이블(Cable)이 외부로부터 실내로 연결된 곳 등 철저히 밀봉되지 않은 곳을 통해 들어온 차가운 공기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제일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일쇼크가 미국을 강타한 1973-74년대 이전에 지은 집들은 벽이나 다락방(Attic), 층간 사이에 적절한 단열재를 사용하지 않고 건축된 경우가 많아 이 또한 동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취약한 단열재로 인해 외부 벽면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의 경우 외부의 찬기운의 영향으로 동파가 왕왕 발생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예방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실내의 온도를 높이는 방법이 우선이다. 단열재를 새로 설치하는 경우 벽을 뜯어내는 큰 공사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에너지 비용이다. 따라서 보일러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기존의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싶다면 외진 곳에 위치한 침실이나 차고 등에 따로 보조전기히터 등을 설치하되 장시간 가동시 발생할 수 있는 열화현상으로 인한 전기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타이머(Timer) 혹은 자동온도조절장치를 가진 UL마크가 있는 히터를 추가로 설치하면 결빙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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